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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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이 당신이다》

"우리는 언어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나방이다. 태어나자마자 따라야 할 말의 규칙들이 내 몸에 새겨진다.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언어의 찐득거리는 점성을 묽게 만들어야 한다." p.21

말 혹은 글에 대해 우리나라는 꽤 보수적이다. 외래어나 변형된(=표준어가 아닌) 우리말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사람이 많은데 나 또한 우리말을 할 땐 꼭 필요한 경우나 우리말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빼곤 영어를 섞어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근래에 《말끝이 당신이다》만큼 나를 수시로 놀라게하는 책은 없었다. 쨉쨉쨉쨉쨉... 책을 읽으며 저자의 국가 사전이나 맞춤법을 없애자는 말이 꽤 오랫동안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넷플릭스가 아무리 맞춤법(p.154)에 맞춰 번역해도 우리가 쓰는 말과 다르다면 매끄럽게 읽히도록 고쳐야 한다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놓는건 의미론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한다. 의무교육처럼. 굳이 의무로 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학교를 가겠지만 소외되는 소수 아동의 인권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찬성, 반대를 떠나 언어에 대해 내가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한'민족인 것에 자부심을 갖던 게 구시대적 사고가 된 것처럼, 언어의 장벽도 이젠 허물어야 할 때가 된걸까?

"모든 사람에겐 말을 비틀거나 줄이거나 늘리거나 새로 만들어 쓸 권리가 있다."
p.143

시대가 변하며 쓰는 말이 계속 바뀌는 건 그릇된 일 혹은 유행에 불과한 것 정도가 아니라 생존(=공감, 결속력)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십대일 때,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세종대왕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만틈 국어가 훼손되지도, 사람들의 어휘력, 문해력에 큰 걸림돌이 되지도 않았다.

은어를 마구잡이로 쓰던 내가 내 아이들의 또래간 유행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다고 안쓰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시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확행, 듣보잡, 낄끼빠빠, 엄근진, 내로남불'을 새로운 범주 그러니까 사자성어의 확장판처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신선하고 낯설었다.

"언어를 파괴한다는 항의와 알아 들을 수 없다는 호소가 있지만 축약어 만들기를 막을 도리가 없다. 말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말은 지켜야 할 성곽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다. 그러니 가둬둘 수 없다."
p.130


"자기표현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고 믿"지만 0린이, 장님, 벙어리, 병맛, 암 걸릴 뻔했다, 사춘기냐, 결정장애 등 물(=사고)을 흐리게하는 말을 구분해 쓸 줄 안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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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세요. 투병이 왜 가려써야 하는 말인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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