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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16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피그말리온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알베르토 망겔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만나게 된다.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는 망겔에게 책을 읽어달라 부탁했고 둘의 만남은 4년동안 계속되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고 만남을 자세히 기록한 책도 냈다. 둘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책의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인물에 집중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듯 이야기의 흐름에 막힘이나 걸림이 없다. 제목을 보고 오해할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괴물'은 '악당'이지 주인공이나 착한 편은 아니니까)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가제본이라 편집이 덜 되어있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 인물들과 지금 저자가 들려주는 인물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더 컸다. 소설을 읽을 때 늘 목표로 삼는 '이야기를 이야기로 대하는 자세', '문학으로 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보물섬』의 절름발이 해적 롱 존 실버나 『파리의 노트르담』의 곱추이자 추한 외모를 가진 종지기 카지모도를 보면 악은 곧 추함과 연결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아름다움의 주요 특징으로 "질서, 대칭, 명료성"을 꼽았다. 그렇다면 추함의 특징은 무질서, 비대칭, 모호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p.196)
어렸을 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는 하나의 교훈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19세기 말 미국에는 육체적으로 기형인 사람이 공공장소에 방문할 수 없게 금지하는, 이른바 '추한 법ugly laws'이라는 것이 있었다."(p.196)는걸 알기에 책이 쓰인 시대의 사고를 느낄 수 있다.
또 카지모도의 모습을 보고 혐오하기보단, 작가가 의도적으로 결함을 넣어 개성을 불어넣고 '보기 좋은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관념을 흐트러뜨리는데 동조할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는 속담이 있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은 타고나는 것도 운이 좋아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역시 많이 보아야 가질 수 있다.
8살의 나는 부모가 없지만 친절하고 상냥한 성정으로 자란 내 또래의 하이디만 기억하지만, 38살의 나는 고약한 하이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퉁명스러움 너머에 숨어있는 상처입은 영혼이 보인다. 주변의 상처와 편견, 오해, 상황과 대비되어 세상 가장 청정하고 맑고 깨끗해보이믐 핀란드의 이미지가 주는 아이러니함 등... (망구엘은 만화를 핀란드의 당시 상황과 비교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보며 -푹 자면서 그러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에서 외모로만 왕자의 픽을 받아야 해서 가여운- 페미니즘적 사고에 그쳐있었다면, 요정의 저주를 "우아하게 늙어가지도, 지식과 경험을 천천히 쌓아가지도, 계절의 변화를 누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p.110)이라고 보는 저자의 시선은 신선했다.
여성이란 약자를 넘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누워서만 지낼 수 밖에 없는 공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혼자 힘으론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청년, 도움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노인, 학대로 갇혀있을 아이... 가여운 육신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의 오늘밤이 동화처럼 해피엔딩이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