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갑질 해결사 - 크리에이터가 또 간다 읽기의 즐거움 39
최은영 지음, 이갑규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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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곳의 좋은 점이라면 쌩뚱맞지만 단지 후문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들을 꼽고 싶다. 할머니 네 분이 오순도순모여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한 소쿠리씩 가져와 파시는데 그 모습은 언제보아도 참 좋아 집에 야채가 있는데도 자꾸 뭘 사게 된다.

사진 속 꽃봉우리가 무려 10개나 달린 백합도 야채파는 할머니 중 한 분께 샀다. 다른 손님이 주문해 가져오셨는데 내가 너무 갖고 싶어해 하나 내 주셨고, 우리 식구는 단돈 천 원으로 며칠째 행복을 누리고 있다.

반대로 지난 주엔 사기꾼?을 만나 제대로 고생하기도 했다. 다름아닌 택시기사였는데 내 차 사이드미러를 치고는 되려 위협적으로 나왔다. 난 한 대 맞기 전에 차 문을 잠그고 남편을 불렀고, 그는 손님 할머니 세 분을 붙잡아두고 경찰을 불러 난리를 쳤다. 그러곤 정작 경찰서엔 사고 시간만 삭제해 블랙박스를 가져왔다. 내 블랙박스 덕분에 거짓 진술까지 들통나 경찰에게 혼쭐이 났고 본인이 가해자로 판명나자 그제서야 눈에서 독기가 빠졌다.

가해자와 통화하며 똑같이 마음 고생하게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밤새 일하고 들어가는 길에 너무 피곤해서 그랬단 말에 그냥 없던일로 덮어 주겠다, 할머니들 문제 잘 수습하시라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진실을 나만 아는 것 같아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며칠 끌어봤자 나만 아팠을거다. (확실히 이런 일에 내 심장과 위장은 면역이 없다.) 무엇보다 난 가해자와 똑같이 행동하지 않았고 옳은 일을 했다. (어린놈아 요게 어른이다. 😎)

신기하게도 아이 책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우리 반 갑질 해결사》는 유튜버인 하준이가 정의의 사도로 나서 동네 부녀회장의 갑질 문제를 해결한다. 친구와 사이좋게 어울리라면서,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어른들. 그 모습에 아이가 물들어가는 게 참 마음 아팠다.

자신은 담배를 피면서 아이에겐 (담배 연기를 피해) 저리가라 하고, 아이에겐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라면서 어른들은 빨간불에 찻길을 달린다. 선한 이에게도 악함이 있고 죄인이어도 착한 일을 할 수 있다. 모순적인 어른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사정이 있다.


인상깊었던 건 주인공인 하준이와 친구가 싸우는 어른들을 잘한 사람, 잘못한 사람 가르고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그리고 사람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사람에게 완성형이 있다면, 인생은 평생 이를 갈고 닦는 과정이다. 그 과정 중 나와 타인을 수용하는 건 꼭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반 갑질 해결사》는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도란 생각이 든다.



+
아이들 책이라
이렇게 쓰려던게 아닌데....
너무 진지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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