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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하는 그대에게
이정화 지음 / 달꽃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제각기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굵은 줄기가 있는 것 같다. 아주 다른 상황이지만 같은 선함을 배우고, 같은 처지에서 아주 다른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괜찮게 빚어진 인생은 마치.. 멀리서 보면 모양이 닮은 그릇 같다.
"마치 밀물과 썰물은 정 반대지만 그것은 모두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p.143)

"유유(有由) 까닭이 있다. 하나의 점을 찍고 획을 그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붓을 휘둘러서는 안 되며 이유가 있어야 한다."
서실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묵향을 맡으며 자란 저자는 붓 끝에서 떨어지는 먹물로 '침착함'을 배웠다. 난 한 번 틀리면 고칠 수 없는 서예보다 언제든 돌아가 고칠 수 있는 컴퓨터가 더 좋았다.
다른 성향이지만 양손에 달걀을 하나씩 쥐고 있는 것보다 두 손으로 하나의 달걀을 온전히 품는,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사랑하는' 마음은 나와 닮았다.(p.30)
그녀가 품고 있는 기복과 예민함은 붓 끝으로 해소된다. 더 깊게 들어가 독을 건드리지 않는 정도로만. 글 중간중간 담겨있는 서체의 기품이 대나무 같다.
서예는 왠지 홀로 앉아 내 안의 나와 싸우며 완성해야 할 것 같은 지난한 투우 같은데 저자는 세상과의 소통으로 예술을 확장시켜나간다. 타인의 삶을 보고 느끼며 그 또한 예술로 소화시키는 걸까. "이 세상에 무제로 태어난 생은 없다."라는 말이 가슴 깊게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