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계선 -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
아포 지음, 김새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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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슬픈 경계선》은 저자가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웃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그들의 생활, 풍습, 문화, 갈등의 기원을 찾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역사책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지리 추가요)

 

오랜 역사가 빚어낸 골이 깊은 주름결들이 오늘날 각 나라 사이에 경계선으로 남아 있듯 이 책 또한 둘 사이의 경계선 어딘가에 있다. 책이 내용과 이웃하다.

 

 

 

 

 

이웃한 나라치고 사이좋은 나라 없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가 어떤 나라를 좋아한다. 어떤 나라는 또 어느 나라를 좋아한다. 이런 얘기는 드물다. 나라 사이에 미움이 오고간다.

 

 

"베트남 정부가 일본에 고속철도 건설일을 맡겼는데 국회에서 부결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중국에 맡기면 원가를 3분의 1이나 줄일 수 있지만 누구도 중국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문을 열면 곧바로 트로이 목마라 쳐들어오기라도 할 것 처럼' 경계를 풀지 않는다." (p.27)

 

베트남인들은 중국인들을 싫어한다. 이 베트남 사람들을 캄보디아가 싫어한다. 심지어는 비하하는 속어가 있다고 한다.(p.61)

 

산업 기반이 약한 라오스는 대부분의 민생물자를 태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데(p.73) 약점이라고 생각하는건지 태국을 싫어한다. (근데 왜 중국에겐 우호적인지?)

 

라오스에게 미움받는 태국은 중국이 문화회관을 지어주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도로를 깔아주는 중국을 우려한다. 태국의 한 관료는 '중국식 침략'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니 우려가 국민들사이에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중국을 경계하는 나라가 역시나 많았다.

 

 

"중국과 중국인들의 경제력은 거대한 그림자 같다. 온 동남아시아가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그림자 말이다. 그러니 내가 여행 도중 종종 그 그림자에 우연히 걸려든 것도 당연한 일이다." (p.70)

 

 

 


 


"일제에게 황민화란 곧 야만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신체, 문화적 '야만'이 금지되고 탄압받았다. 그러니 전쟁과 살육은 일제가 규정한 야만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만'적인 그들의 신체와 문화가 벗겨진 타이완 원주민들은 충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문명의 척도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비야만적인' 전쟁터로 나갔다." (p.246)

 

 

예민한 외교적, 역사적 문제에도 중립을 지키던 저자도 자국 이야기에는 자유롭지 못했다. 책을 덮고나니 국경이 어쩐지 나라가 아닌 사람 사이의 경계, 정체성과 시민권을 두고 갈등하고 분열하는 경계가 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아리다.

 

남과 북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한 나라로 느끼는 데에는 동의한다. 얼마전 읽은 역사지리그림책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이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제3자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국 화교. 일본은 밉지만 살기 위해 일본에 붙은 불쌍한 오키나와. 네 등분되어 세 개 국가로 나뉘어진 문화를 상실한 보르네오섬. 한 챕터로는 부족한 홍콩과 미얀마의 이야기까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 무 많았다.

 

 

아시아의 몰랐던 얽히고 설킨 역사 이야기를 알게 되어 좋았고, 가슴에 남을 말이 생겨 더 좋았다.

"역사는 제 삼자가 아닌 (그 역사를 품고있는) 자국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베트남의 "오늘날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은 '전쟁'이 아니라 '나라'라고 계속해서 강조한다."는 이 말을 흘려들어선 안되겠다. (일본에게) 갚으라고 독촉만하기보단 (전쟁당시 잘못한 것 혹은 도움받은) 빚을 갚는 세대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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