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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은 터진다. 아이는 눈물이 터지고 나는 속이 터진다.
정신 좀 차리라고, 이제 그만 울라고 아이의 뒤통수를 몇 대 때리고 싶다.
오늘도 원하지 않는 곳으로 흐르는 감정을 붙잡으려고 감정 일기를 쓴다. "

흔하지만 낫기 힘든 병, 우울증. 우울증은 나와의 싸움이자 타인과의 싸움이고 시간(과거, 현재, 미래) 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모든 병이 그렇듯 우울증 또한 병을 앓는 자신은 물론 곁을 지켜야 하는 보호자도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무리 잘 공감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감정,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열 달 동안 한 몸으로 산 사이일지라도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자녀가 아프면 엄마는 죄책감이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다. 아픈 자녀를 보고 가만있을 수 없어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을 목숨처럼 여긴다. 특히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영역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엉켜 있고, 하나의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는 내 소유였고 그래서 내 마음대로 키웠다."
저자의 가정은 아빠가 거부한 자기 몫의 십자가를 가족이 짊어져야 했다. 의식하지 않았을지라도 딸은 엄마 곁의 빈자리를 내가 열심히 사는 것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 희망하고 기대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자리는 빈 의자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싱크홀이었다. 아빠의 무책임과 부재를 겪은 또 다른 딸인 난 딸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갔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자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저자가 먼저 간 길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했다. 다 나은 줄 알았던 딸로서 받아야 했던 상처가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디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쓰메 소세키

"대단한 인심을 쓰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툭하면 협박을 일삼는다.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회유로 노선을 변경한다.
이도 저도 효과가 업으면 마지막으로 공포감을 조성한다. 내 자식이지만 내 자식이기 때문에 대놓고 비난하고 비웃는다. 가끔은 웃어도 혼을 낸다.
기분이 좋을 때는 아이에게 허용되는 범위는 태평양처럼 넓다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일순간에 손바닥만 한 메모지 크기로 허용 범위가 변한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님을 알지만 나 또한 매사 내 마음대로다. 어쩌다 한 번, 기분 내키는 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나 스스로를 자찬하고 과대평가한다. 아이와의 시간이 길어지고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를 읽으며 아이와 나의 관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었는지 깨달은 만큼 부디 발전도 있길.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되 미숙하단 점을 배려해 주는 것. 이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 목표인 나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
조심스럽고 신중하지만
속 시원한 고백에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에둘러 포장하는 게 없어 좋았다.
환자가 치료자를 찾는 이유는 신경증을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 카렌 호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