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다음으로 로렌 로즈가 실종되었다. 뒤이어 제넬 타일러, 켈리 풀러, 세라 웨스트... 모두 사라졌다. 시신도 없이, 혈흔도 없이, 마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그러다 마침내 홀리 마이클스가 발견되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건 실종자들과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 그러니까 열여덟 살 즈음 된 데니스 댄슨이었다. 데니스는 무죄를 주장했다. 누추한 방, 가혹한 조명과 살벌한 풍경 속에 갇혀있는 슬픔에 젖은 아름다운 소년을 주목한 다큐멘터리 PD 캐리는 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샘의 집착이 시작된 건 데니스가 첫 다큐멘터리를 찍은 지 18년이 지난 후였다.

샘은 급기야 데니스에게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자신은 가져본 적 없는 평범함에 매력을 느낀 데니스도 샘에게 빠져들고, 둘은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데니스는 무죄를 인정받아 석방된다. 감옥에서 나와 데니스가 살던 집에 들어간 둘은 데니스의 친구 린지로 인해 점점 어색해져간다. 분명 무죄로 석방되었는데 어쩐지 불길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숲의 그곳은 나만의 장소야. 무슨 말인지 알지? 내가 거길 알려준 사람은 자기뿐이야. ... 집안일을 하다가 다쳤다고 말해줄 수 있어?"

 

 

소설은 데니스를 중심으로 캐리, 샘, 린지가 매개자 역할을 한다. 데니스에게 린지는 과거를, 캐리는 현재를, 샘은 미래를 이어준다. 여기서 과거는 데니스에게 소중한 추억이고, 현재는 그가 꿈꾸는 미래로 가게 해 줄 통로이다. 문제는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해선 어두웠던 과거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데니스는 모두 포기하지 못한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자신이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집착한다. 세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생각하는 순간, 데니스의 진짜 얼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이 사이코패스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소유(혹은 사랑)하기란 불가능한 것임을 데니스는 끝내 깨닫지 못한다. 알았다 한들 데니스에겐 샘이 가져다줄 평범한 미래가 절실했으니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데니스와 샘의 불협화음은 애초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샘은 옛날에 키웠던 고양이 타이거를 떠올렸다. 타이거는 몇 번이나 사라졌고, 하루가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나타났다. ... 샘은 고양이를 걱정하는 게 싫었고, 걱정하게 만드는 고양이를 원망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독립적인 삶과 독립적인 생각이 있는 존재를. 마음 내키는 대로 오고 갈 수 있는 존재를. 샘은 고양이가 죽었을 때 슬프기보다 안도감을 느꼈다. 샘을 힘들게 하는 존재가 더 이상 샘을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 사랑을 멈출 수 있을 테니까."

데니스는 끝내 깨닫지 못하겠지만 아쉽지 않다. 그냥 모른채로 그렇게 감옥에서 죽는게 더 나을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 반성한다면 가여워지니까. 그에게 동정은 사치다.

+

심리 묘사가 좀 더 깊고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배우가 읽는다면 스스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해 좋아할 듯 하나.. 여백이 많아 아쉬웠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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