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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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방어력이 없는 이들을 방어해준다."

 

 

 


 암이나 뇌, 심장질환 치료의 눈부신 발전과 달리 항생제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최초의 박테리아 유전체의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 10년이 지나도록 유전자 접근법으로 개발된 신약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존의 항생제도 분자들을 나누고 쪼갠 다음 발효, 이온화, 재조립, 정제의 과정을 거쳐 성분을 재배열해 효능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제약회사가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는 까닭은 어떤 항생제든 초기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박테리아가 내성이 생기고 약효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래서 더 필요한데 제약회사와 환자의 이해는 정반대다.) 학자들은 기존의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를 '슈퍼버그'라고 부르는데, 이 슈퍼버그가 근래에 와선 점점 똑똑해지고 적응력이 강해지고 있다.

"항생제 과용은 슈퍼버그의 발달을 촉진하고 있고 의사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열이 나고 혈압이 급강하하는 환자를 보면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 생각보다 자주 환자들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슈퍼버그》의 저자 맷 매카시는 적절한 항생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게 되고 환자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다 못해 항생제 임상시험에 뛰어들었다.


 


'달바'는 1980년대 인도의 흙에서 발견한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큰 분자 A40926에서 시작되었다. 화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자에 여러 원소를 더하고 빼 보며 연구, 설계해 '달바'라는 강력한 항생제를 만들어냈다. (자세한 분해, 결합 과정 및 설명은 책 42쪽에.)

매카시는 피부 감염을 일으킨 변종 박테리아를 잡기 위해 '달바' 항생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아무리 좋다 해도 막상 생명체에 투입하면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임상시험까지 가는 길에도 병원을 설득하고, 기관의 허가(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FDA(미국식품의약국)), 제약회사의 투자를 얻어내는 등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었다.

"사망률이 80%에 육박하는데 이 약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 것입니다."

매카시는  어렵게 (그리고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은 끝에) 임상시험을 해도 좋단 허가를 받았다. 이제 이 임상시험 대상자들을 찾기만 하면 된다. 좋은 점은 환자가 제 발로 병원에 온다는 것. 하지만 임상시험에 적합한 환자를 추려야 하는데 피부를 통해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경우는 (다른 질병에 비해) 드물기 때문에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다. 환자의 상태가 임상시험에 적합해도 환자를 설득하지 못해 까이는 일도 흔하다.

 

《슈퍼버그》 엔 그가 만난 임상시험 대상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생체 실험 피해자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루스는 모기에 물리면서 세균에 감염돼 하루 만에 폐까지 퍼져 그를 만났다. 세계대전 시기 뉴기니에서 있었던 일본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조지는 그곳에서 온갖 열대성 감염을 겪으며 결벽증 환자가 되었지만 MRSA(황색포도구균)에 걸려 달바를 투약 받았다. 31세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어윈은 교통사고로 대퇴골이 골절되어 수술했지만 수술 부위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해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 처방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슈퍼버그》에는 매카시 외에도 그가 만난 저명한 과학자, 의사들이 여럿 나온다. 그중 빈센트 피셰티는 수십 년 동안 '리신'의 효능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닉슨 대통령이 재임하기 전부터 시작된 긴 연구 끝에 2001년 동물 실험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연쇄상구균 1,000만 개에 노출된 쥐에 리신을 투여, 두 시간 만에 균이 사라졌다. 이런 놀라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들은 광범위 치료제가 아니란 이유로 투자를 주저했고, 결국 콘트라펙트라는 제약사에 권리를 넘겼다. 리신은 2016년(!)에 들어서야 임상시험을 통과했다.

의학에 매료된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있었기에 일류 연구소가 설립됐고 피셰티같은 천재들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여러 세대에 유용할 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바턴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이어받아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흙에서 나온 박테리아의 99%가 실험식 배지에서 자라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페트리 접시에서 자랄 수 있는 1% 미생물만 연구되고 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모르는, 현대 의학이 해결하지 못할 박테리아가 세상에 무수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막강해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균들이 나타나는데, 우리가 아는 것,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는 어떨까? 어제, 미국 제약사에서 #코로나19백신 이 첫 생산에 들어갔단 소식을 들었다. 임상시험을 4월까지 완료하고 안정성과 면역반응을 확인해 이상이 없으면 6~8개월 뒤에 시판 가능하다고 한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까지 2003년 사스 땐 20개월, 2015년 지카바이러스 땐 6개월이 걸렸으니 상당히 단축됐다.) 모쪼록 하루빨리 승전고를 울릴 수 있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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