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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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와 유시민 작가가 추천하는 이야기를 보고 언제고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현대지성에서 새로 나온 완역본이 운 좋게 기회가 닿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오래된 책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말하는 기술'의 골자가 변함없었다. 꼭지마다 다섯 장을 넘지 않는 설명은 군더더기가 없어 이해하기 쉽다. 이백권이 넘는 그의 저서 중 이 책을 꼽는덴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가 살던 고대 그리스 시대는 직접민주주의로 민회에 의회와 위원회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참여가 가능했다.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법정에서 논쟁과 토론과 변론을 거쳐 판결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연설은 매주 중요했다. 지금의 변호사와 비슷하지만 변호, 고발은 《변증학》에서 따로 다루고 있고, 《수사학》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설득(검증, 제시, 반박, 증명)으로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 에토스(연설자)로 나눠 설명한다.

수사학은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사학적 말하기 기술의 핵심은 설득이다. 설득은 일종의 증명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사실들을 많이 확보할수록 증명이 수월해지고, 그 사실들이 더 피부에 와닿을수록 연설은 진부함이 줄고 더 특별해진다(p.184).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에는 설득력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방법과 요소를 설득력 있게 말하는 요령도 담겨있다. 상대방의 논리를 가져와 내 주장으로 바꾸거나, 익숙한 속담을 가져와 주장을 대중적인 것으로 만드는 기술도 있다.

"우리는 운으로 얻은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해낸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라는 조언을 가져와 표현 방식을 "그 사람은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해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바꾸면 상대를 칭송할 수 있다. 오레스테스를 두고 "어머니를 살해한 자"라고 나쁜 쪽을 부각시킬 수도 있고, "아버지를 죽인 자를 복수한 자"라고 좋은 쪽을 부각할 수도 있다.

"모든 논증 가운데 청중에게 박수갈채를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연설가가 논증을 시작해서 결론을 말하기 전에 청중이 그 결론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는 논증이거나, 연설가의 논증이 끝났을 때 그 즉시 결론을 알 수 있는 논증이다."

연설가는 현명함, 미덕, 선의를 쌓아 자신을 신뢰하게 해야 한다. 궤변론자는 의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될 수 있지만, 변증가는 좋은 의도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때론 유식한 사람보다 무식한 사람의 연설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자기가 확실히 아는 것과 삶에서 피부에 와닿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진실한 마음이다. 수사학은 이 보석을 다듬어주는 세공사의 손에 들린 도구와 같다. 화려한 언변으로 거짓을 감출 요량으로 읽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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