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개인이 아닌 시대의 산물이어야 한다.

<목마와 숙녀>를 노래한 #박인환 시인이 살던 1950년대엔 다소 시대착오적인 모더니즘이 시도된다. 미국 #모더니즘 의 영향으로 멋스러운 스타일이 유행했는데 미국엔 어울리지 몰라도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된 한국과는 어울리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다. '모더니즘 정서에 맞는 현실 공간이 없기 때문에 관념으로만 존재했다.' 한껏 멋부리고 나가봐야 갈 수 있는 곳은 '판잣집'이었던 것이다. 머릿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는 현대문학이 될 수 없다. 개인의 공간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그 이상의 것을 쫓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광장이 없으면 밀실도 존재할 수 없다. 광장과 밀실은 서로 운명 공동체다... 사적 영역인 밀실의 공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뒷받침되어야 광장에서 시민으로 활동할 수 있다. 밀실이 보장되지 않으면 광장에서의 활동도 불가능하다."

《#광장》에서의 이명준도 처지는 같았다. 남한에는 밀실만 있고, 북한에는 광장만 있는 그는 어디에도 편히 마음을 누이지 못한다. 최인훈 작가가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지내본 예외적인 경험과 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은 그로 하여금 《광장》을 낳게 했다. 하지만 이후 《광장》을 뛰어넘는 작품이 없다. 로쟈는 '이후 그의 경험이나 행보에서 특별한 성취나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소설 속 줄거리나 인물엔 작가 개인의 세계관과 경험이 녹아나게 되어있다. #손창섭 작가는 자신의 경험 중에서도 씁쓸한 것들을 뽑아 작품에 숨겨두었다. 개인주의를 일찍 눈치챈 #김승옥 작가는 스물셋이란 어린 나이에 《#무진기행》써냈고, 이는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 '1960년대 한국 사회라는 시대적 조건과 당대 독자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하나의 신화'로 만들었다.

로쟈는 "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중요한 문제를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작가들을 채찍질한다. #황석영 작가에겐 '중요한 문제를 작 포착함에도 불구하고 진득하게 버텨내지 못하고 나아가지 않는다.'라며 왜 그런 작품을 쓰지 않는지 해명을 요구했고, #이문열 은 더 가차 없이 까인다.(이 분에 대해선 모두가 그렇겠지만.) 채찍은 #최인훈 작가도 피하지 못했다.

 

"시대의 핵심적인 모순에 대해, 본질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문제를 파고드는 소설을 써야 한다. 그것이 현대 소설이고 소설가의 역사적 책무다... 김승옥은 장편소설을 써야 하는데 영화계에 몸을 담았고, 이문열은 《삼국지》와 《초한지》 번역에 전념했다. 작가적 재능을 엉뚱한 곳에 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노동소설이 나와야 할 1980년대엔 작가들도 어쩔 수 없었다. '검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소신 있는 작가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2016년 촛불시위를 보고 북한의 모란봉 가무단에 비유를 했든 어쨌든 그도 살고 봐야 하지 않았겠나... 뒷맛이 씁쓸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해본다.

《무진기행》의 안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하기 어려운 것을 뜻한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모두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옳은 길인지 알 수가 없다.(p.143)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만큼 사람의 생은 논리적으로 전개될 수만은 없다. 특히 사람을 주제로 다루는 문학사는 사람과 굴곡을 같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작품 또한 논리적으로만 볼 순 없다 생각한다.

다만, 나 자신을 들여다볼 거울이 없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겠다. 예를 들면 검열이나 블랙리스트는 다신 없길 바라며 투표에 임한다거나 《#당신들의천국》을 읽는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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