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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비평문집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9년 11월
평점 :
"... 쟁기로 땅을 갈거나, '딱딱한 땅'을 가는 농부가 하나의 예이다. 길에 난 포도 넝쿨을 자르거나, 혹은 야생을 울타리를 낮게 치는 정원사는, "정원을 다듬는" 야만적인 요소를 정복하는 또 다른 예이다."
농부가 작가라면 비평가는 정원사에 가깝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둘 때까지 온전히 자기 손으로 일구는 농부의 모습은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과 닮았다. 비평가는 자신의 재주를 곁들여 작품을 더 돋보이게 다듬어낸다. 이 때, 작품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결과물은 아주 다를 수 있다. 농부이자 정원사였던 그의 글은 어떨까.
"만일 예술가가 대중의 호의를 꾀한다면, 그는 속물 숭배의 궁극적 자기기만을 피할 수 없으며, 만일 그거 대중의 운동에 합세한다면, 그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한다. 그런고로, <아일랜드 문예 극장>운 장난꾸러기들에게 항복함으로쏘 전진의 행렬로부토 스스로 밧줄을 끊은 채 표류해 왔다. 그가 주변의 미천한 영향들 - 멍청한 열성과 예리한 빗댐, 허영과 저급한 야심의 모든 아첨하는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까지, 어떤 사람도 전혀 예술가가 아니다."
그를 보며 마르크스의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말이 옳다고만은 할 순 없겠다 생각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비평문집』 속 그는 존재보다 의식이 우선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제임스 조이스의 비평문집』은 그의 글에 대한 의지, 사랑, 신념이 무엇인지 담겨 있다.

황현산 선생님의 《잘 표현된 불행》을 함께 읽고 있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주 다르다. 황현산 선생님의 《잘 표현된 불행》은 시 위주라 공부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다소 문장이 딱딱하고 단어가 어려워 한줄 한줄 집중해서 여러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 반면 이 책은 문장이 좀 더 쉽고 매끄러워 덜 어렵다. 문학을 파헤치는 그의 손 끝에 문학을 존중하는 마음이 묻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한다.
"셰익스피어나 베를레느의 노래는, 그것이 너무나도 자유롭고 생생히 살아있는 듯하며, 뜰에 내리는 빗줄기나 저녁의 불빛만큼이나 어떤 의식적 목적과 거리가 멀거니와 어떠한 정서의 음률있는 표현으로 발견되며, 그 정서는 이러한 방식 외에는 적어도 그렇게 적절한 전달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예술을 이루는 기질에 접근하는 것은 경이로운 행위요, 많은 관습은 우선 배제되어야만 하기에, 왜냐하면, 확실히 가장 내적인 영역은 불경함에 밀려든 사람에게 결코, 불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평하면 가장먼저 '딱딱하고 날카로운 글'이 떠오르는데 제임스 조이스의 글은 달랐다. 아쉬운 점을 지적하긴 하지만 날 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너그럽지도 않다. 균형잡힌 글을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퇴고를 거쳐 이 글을 내놓았을까.『제임스 조이스의 비평문집』은 개인의 삶이 자서전, 회고록처럼 담겨있어 서평 그리고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볼까 엄두도 내보지 못한 나로써, 언젠간 읽을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