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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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을 얻으려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침울한 별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던 9년 전쟁 후, 사람들은 전쟁의 트라우마로 평화를 갈망했다. 사회적 안정과 개인의 조용한 삶을 위해선 뭐든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핵폭탄보다 무섭다는 탄저열 폭탄이 사방에서 터지고 끔찍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우리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멋진 신세계》 속 미래는 11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10명의 통치자가 10개의 구역을 나눠 관리하지만 사실상 하나인 셈이고 나머지 고압철조망 건너에는 야만인이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밖은 방치되어 자유로운 덕분에 누릴 수 있는 것도 적다. 철조망 안에 있는 세상은 철저히 통제되어 자유롭진 않지만 모두가 행복하다. 통제와 행복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관리된 배아를 원하는 대로 수정, 복제하는데 이 모두 철처한 계획 하에 인공부화가 이루어진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앱실론. 다섯 등급에 맞춰 생산된 태아들은 산소량마저도 차등 배급되고, 유리병 안에서 자랄 때부터 (병을 모체로 치면 태교로)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 보모에게 양육되는 동안에도 꽃과 책, 시골을 싫어하도록, (열대지방 공장으로 보낼 인간들은) 추위를 두려워하도록 만든다.

"개인이 감정을 느끼면 집단 생활이 비틀거려요."

- 레니나

"사회의 한 부분이 되기 싫어."

- 버나드

레니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믿는 것이 모두 세뇌된 것이란 사실을 모른채, 자신이 아는 정답 외의 것은 모두 배척하고 외면한다. 반면에 버나드는 다른 것을 갈구한다. 레니나를 꼬셔(?)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데이트를 다녀온 뒤로 더 달라진다.

"그럼 당신은 저기서 채찍으로 맞고 싶었다는 얘긴가요?"

- 레니나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내가 고통을 견디어 낸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 버나드

인간들은 자기들 세계로 온 야만인에게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살도록 강요한다. 이해와 존중은 찾아볼 수 없고 자신들의 삶만이 정답이라고 고집한다. 도를 넘은 오만이... 낯설지 않다. 난 얼마나 오만을 떨며 살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나의 모습은 생기넘치는 야만인보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레니나와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에 더 가까웠다. (!!)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 야만인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 무스타파 몬드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 야만인

야만인과 인간 중 무엇을 택하는게 옳은지 머릿 속으론 이미 알지만 무엇 때문인지 선택이 쉽지 않다. 야만인처럼 당당하게 불행을 원할 수 있을까? 마약같은 생활을 맛 본 상태에서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난 불행해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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