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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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건, 내가 그 시절을 사랑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부두 근처에 살던 시절. 초라한 동네였어요. 학교가 끝나면 우린 모두 부두로 달려갔죠. 야구선수들의 타율은 몰라도 모스부호랑 대형 해운회사의 깃발은 잘 알고 있었어요. 부두에서 우리는 선원들이 어깨에 더플백을 둘러메고 배다리를 내려오는 걸 지켜보곤 했어요. 우리 모두 자라서 되고 싶은 모습이 그런 거였으니까. 상선 선원. 우리는 화물선을 타고 나가서 암스테르담이나 홍콩이나 페루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p.482



《우아한 연인》은 케이크, 팅커, 이브, 이 세 젊은 남녀의 이야기다. 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지만 난 계속 "그 시대"에 눈길이 갔다.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향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인건지, 살아본 사람들의 향수에 묻은 아름다움에 나까지 취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내 취향은 더 확고해졌다. 난 "고전 매니아"다.

 

 


"에스터 플레이스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길가 신문판매대에서 석간 《뉴욕타임스》를 샀다. 1면에 바뀐 유럽 지도가 실려 있고, 계속 바뀌고 있는 전선이 부드러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p.141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공존하고 화려한 것과 소박한 것, 우울한 것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시대. 자고 일어나면 쏟아져있는 새 것에 적응하기 바빴던 서툰 사람들. 시대에 편승해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소박함을 지키려 애쓰는 이도 있었다.


"아버지라면 치즈를 입힌 화려한 풀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20달러 지폐를 무덤까지 가져 가셨을 것이다. 만약 내게 나만의 이름으로 된 20달러가 남는다면, 나는 그것을 바로 여기서 결코 저당잡힐 수 없는 우아한 한 시간을 보내는 데 곧바로 투자할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소박한 즐거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아함이나 박학다식처럼 온갖 화려한 유혹들에 맞서서 소박한 즐거움을 지켜야 한다."



​미국의 대공황, 힌덴부르크, 링컨 터널은 몰라도 괜찮다. 1937년의 재즈클럽, 위대한 유산, 소로, 울프, 피츠제럴드를 알기만 해도 좋다.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확하던지!) 사진을 보고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그 시대를 잘 몰라도 읽다보면 그려진다. 기억력보다 사물을 눈으로 그려보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면 당신은 분명 《우아한 연인》이 선사하는 추상적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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