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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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 내 아들이 다만 말 없는 사춘기라는 것 외에 그 내면세계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편지봉투를 뜯는다. 아들의 가출도 두렵지만, 그 속에 열린 아들의 내면 세계의 일단을 접하는 것 또한 두렵다.

​'부모님께 드립니다. 어버이날 국어 시간에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의 편지를 쓰라고 해서 이것을 씁니다.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열쇠가장p.172)

 


화장품을 방문판매로 사던 1970년대, 아줌마들 사이엔 잡지(사보)에 담긴 단편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말이 단편소설이지 지금의 단편 소설관 다르다. 짧은 꽁트에 가까워 읽는데 몇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오징어 씹는 것마냥 재미가 꼬릿하고 짭잘하다. 그러니까 63빌딩 다녀오는게 자랑이던 시절,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


"방학을 해서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은 잘도 먹어댔다. 어쩌다 아이들이 하나도 외출 안하고 집에 모여 있게 되는 날은 엄마는 온종일 그 입치다꺼리하기에만 눈코 뜰 새가 없다."(식구와 인구 p.205)


자식 잘 키우는게 전부였던 시절, 그럴싸하던 아파트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즈음의 사람사는 이야기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 도둑이 되오 제 집 담을 넘고, 철없는 아줌마는 홀애비가 된 남자 동창에게 낭만을 기대하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던 시절에 셋째 딸로 살아야 했던 여자의 인생, 남아선호사상으로 태어났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남자의 방황 등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때는 아직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안생겨났을 때라 딸은 자식 취급도 안했다."(107)

"여편네 티를 극복했다는 긍지와 여편네 노릇도 못하고 있다는 열등감은 백지장의 표리처럼 결국 같은 거였고 우린 '열심히' 한 면만을 강조하고 한 면은 무시하려는데 김교수는 우리가 무시하고있는 쪽(=여편네 노릇도 못하고 있다는)을 팔라당 뒤집어 여봐란 듯이 보여주고 있었다." (아파트 열쇠 p.179)

시대가 그랬다고 말하기엔 가슴아픈 통념, 굴레에 갇혀 사는 모습이 멀리서보면 '누가 죽은지도 모르고 곡을 하는 짓'같을지 모르겠다. 인물들이 아파하고 서로 부딧치지만 '가족'이 중심에 있어 따뜻했다. 암울하거나 답답할 수 있는 가족 간 갈등이 단편이란 옷을 입어 가벼워졌다. 작가의 힘을, 네임밸류를 새삼 또 느끼는 순간이었다.


작가님은 작가가 사보를 쓴다는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신 것 같지만 작가의 아랫목을 데워주던 글이 이렇게 살아 남아 지금도 읽을 수 있단 게 독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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