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시골(?)에 살던 꼬마 나타는 장안이란 큰 도시에 와 용을 처음 만났다. 나타가 용을 만난 곳은 다름아닌 지하철 플랫폼. 이상하다. 장안은 용이 지하를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용이 어떻게 지하를 다니는지 긍금해하는 나타에게 옥환은 이렇게 설명한다.
"장안에서 매년 용문절이 열리는데, 그 때마다 수많은 잉어들이 호구 폭포를 거슬러 올라 용문을 통과해서 용이 되지. 그리고 장안성에 오게 된거야."(p.37)
'일을 마친 밤에는 하늘을 날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에 그만 꼬마는 가족의 눈을 피해 몰래 용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로 향하지만 호기롭던 아이의 호기심은 이내 무참히 짖밟힌다.
꼬마가 마주한 용의 모습은 처참했다. 몰래 용을 따라 들어간 곳은 쉼터라기엔 너무나도 삭막한 곳이었다. 큰 동굴 중앙엔 황동기둥이 우뚝 솟아 있고 이 기둥에서 뻗어나온 수백개의 쇠사슬은 모두 터널 속 용과 연결되어 있었다. 터널인지 감옥인지 알 수 없는 곳. 하늘을 날긴 커녕 빛조차 들지 않는 이곳에서 그들은 무엇도 꿈꿀 수 없었다.
아이는 현실에 짖밟힌 마음을 차마 두고 떠나지 못했다. 그렇게, 그곳에 아이의 마음이 묻혔다.
“우리는 용이 되자마자 장안성 지하로 끌려왔기 때문에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어. 하을을 나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몰라. 그래서 그런 건 전혀 관심 없어.”
“묘비가 무슨 소용인데? 네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이름도 없었어.”
P.57, 98
나타는 마음이 아프지만 용은 마음이 없어 아프지 않다. 괴로워하는 것보다 매일 죽고 싶은 절망감에 빠지는 것보다 나은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 있는 용들은 모두 역린이 없어. 우리는 호구 폭포에서 용이 되자마자 장안 군대에게 포획당했어. 용은 자유를 잃어버린 순간, 본능적으로 아래턱 밑 역린을 떼어내 멀리 던져버리지."(p.101)
용이 되고 사람들에게 잡히자마자 본능적으로 떼어버린 '역린'은 무얼까. 생, 희망, 미래, 기쁨, 행복... 세상의 빛이 되는 단어는 모두 '역린'과 상응한다. 하지만... 글쎄. 잉어가 용이 되는 과정은 구경거리가 되고, 힘들게 용이 되어도 인간들에게 잡혀 그들의 운송수단이 되고 만다. (갑자기 아이돌 가수들이 생각나...)
“장안에 큰 재앙이 닥칠 거야. 이렇게 강렬한 업력을 느끼기는 나도 처음이야. 이 정도 힘을 가진 얼룡이 장안에 닥치면 도시 전체가 이 시체 구덩이처럼 변할 거야. 온 장안이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강시 도시가 되겠지.” (p.183)
용이 되고 사람들에게 잡히자마자 본능적으로 떼어버린 '역린'은 생, 희망, 미래, 기쁨, 행복... 세상의 빛이 되는 단어는 모두 '역린'과 상응한다. 하지만... 글쎄.
용들이 빼앗긴 자유의 씨앗은 봄이 되면서 싹 틔우기 시작한다. 용을 막기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둔해 보이던지. ㅉㅉ 다가올 계절을, 봄을 막을 수 있는 건 신 뿐이다. 용을 다스리고 온갖 주술을 부린다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 좀 더 호되게 당해봐야 하는데 해피엔딩이라 아쉽기만 하다.
누군가는 용과 공생하는 사회가 터무니없는 공상소설로 보이겠지만 하늘의 보고 몽글몽글한 구름을 물감삼아 무언갈 상상할 줄 아는 이라면 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