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들 안에 들어 있는 놀라운 어떤 것은 황폐화된 주체, 그러니까 또렷한 정신 상태 때문에 폐허가 되어버린 주체다."(p.40)
《애도일기》는 죽음으로 잃은 엄마를 애도하기 위해 조금씩 기록한 글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애도일기》는 절절하지도, 눈물을 쏟게 만들지도, 절규하지도 않는다. 황폐화된 주체 속 정신만 또렷하게 살아 남은 탓인가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그의 말대로 나는 아직 가본 적 없는 길이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 책을 자주 읽는 이유는 그저 그의 글이 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좋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글이 곱씹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겪는 애도를 (그 어떤 애도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엇으로 만드는 건 내가 그 애도를 히스테리적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의 애도는 똑같은 박자로 중단 없이 지속되는 아주 특이한 무엇이다."(p.94)
누가 알아주길, 읽어주길 바라고 쓴 게 아닌 순도 100인 혼자만의 글(기록)로 구구절절 설명이 긴 산문이 아니다. 세세한 묘사를 기대했다면 실망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생각보다 슬프지 않네?"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건 그가 어머니의 말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 덕분 아닐까 싶다. 어쨌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어느 때는 그녀가 내게서 모든 것을 원한다, 완전한 슬픔을, 슬픔의 절대치를. 그러니까 그녀는 내게 모든 일들을 가볍게 받아들이라고, 그렇게 살라고 충고한다. 예전에 내게 말하곤 하던 어머니가 된다 : "얘야, 외출을 좀 해라, 밖으로 나가, 나가서 기분을 좀 풀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