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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이야기 -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피엘 드 생끄르 외 지음, 민희식 옮김 / 문학판 / 2018년 9월
평점 :
우화 속 여우는 늘 행동이 민첩하고,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판단이 빨라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거기다 때론 영악하기도 하다. 우화니까 망정이지. 내 주변에 이런 짐승이 있었다면 나도 이야기 속 늑대, 까마귀, 사자, 개가 되어 여우를 잡으려 혈안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표지 속 늑대의 눈이 뻘건 걸까?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여우 이야기》는 여러 편의 우화가 여우의 생을 따라 이어진다. 만나는 동물 대부분이 여우에게 (속임수든 우롱이든 둘 다든) 당하기만 하니 사건 일지라고 해도 되겠다.
"이 녀석! 너는 나를 생선 장수에게 매 맞게 하고 교회당에 가두고 또 어제는 그 농가의 주인이 나를 죽이게 하려고 했고 지금은 개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로 나를 골탕 먹였지!"(p.82)
여우에게 먹을 걸 빼앗긴 정도론 어디 가서 억울하다 명함도 못 내민다. 짐승은 짐승인지 목숨을 빼앗는 일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모른다. 여우에게 자기 자신과 처자식의 목숨 말곤 귀한 게 없다.

조롱의 대상은 지위를 막론해 왕도 여우의 재간에 놀아난다. 힘이 세 든 덩치가 더 크든 하늘을 날든 여우에겐 모두가 한낱 장난감에 불과하다. 빈손으로 태어나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빼앗기만 하던 여우는 빈손으로 죽는다. ㅉㅉ.. 늑대에게 몸소 가르쳐준 "모든 것을 원하는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9번 우화)는 교훈을 온 생으로 보여주고 만다. 인생무상, 인과응보, 사필귀정, 아이러니의 극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우는 끝내 사자왕에게 애도를 받아내고 임종을 맞는다. (죽으면서도 왕에게 거짓말을 하고 놀린다.) 당시 권력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화였단 걸 알았기 때문일까. 내내 얄미웠지만 끝내 자신이 원한 건 다 이뤄낸 여우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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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모든 것을 원하는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늑대와 여우는 훔친 사제 옷을 사제에게 팔아 그 값으로 거위 한 마리를 받는다. 둘은 함께 나눠 먹기로 했지만 늑대가 꼼수를 부려 혼자 독차지한다. 이에 화가 난 여우는 가는 길에 꾀를 낸다. 지나가던 독수리에게 맛있는 거위가 있다며 늑대가 있는 곳을 일러주어 먹이를 빼앗게 만든다. 늑대는 여우가 일을 꾸민지 모르고 자신의 탐욕으로 벌을 받았다며 반성하고 여우에게 사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