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 큰딸로 태어난 여자들의 성장과 치유의 심리학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은 마치 태초부터 자기 맏딸로 예정되었단 걸 알고 있다는 듯, 거만한 투가 느껴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려 나 첫째 딸이다- 그래서? 뭐! 어쩔겨?"하는 욱하는 마음을 품고 책을 펼쳤다.

'뭐든 적당히 포장해서 뭉뚱그리거나 과잉확대하기만 해봐라.' 싶었지만 솔직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난 영락없는 첫째 딸이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딱딱한 주제로 대화를 건네며 분석적인 태도를 취한다거나, 우리 집에 찾아오는 이는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만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돌봄 욕구가 강하지만 동시에 날카롭고 엄격한 편이기도 한 내 기질이 바로 첫째 딸들의 공통적인 성격이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은 단점보다 장점을, 지적하기보단 격려를 더 많이 해주는 책이다. 맏딸들의 성장과정, 성격, 어른이 된 후, 상처와 치유를 반복해가는 과정 등이 담겨 있는데 두 저자가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데이터를 모아 추려 놓아서 그런지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놀라웠다.


"솔직히 말해 맏딸들은 개그맨과는 거리가 멀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다른 형제자매가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바꿔보려 해도 맏딸들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유지한다. 웃음으로 넘기기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편을 선호한다. 때로는 삶을 조금 덜 진지하게 살고 싶기도 하지만 방법을 모른다." - P.112


자라면서 수시로 "너 첫째지?"란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내가 그렇게 딱딱하고 고리타분해 보이나?"라고 생각했다. 태어난 순서에 따라 갖게 되는 공통적인 기질, 성향이 있다고 믿었으면서도 난 장점은 잘 눈여겨보지 않았다. (이 또한 맏딸의 성격인 걸까.)


"케빈 리먼은 《첫째 아이 심리백과》에서 브리검영대학교 연구 결과를 인용해 4~13세 동안 맏이는 같은 시기 동생에 비해 부모와 훨씬 더 많이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한두 시간이 아닌 무려 3000시간 이상의 차이라고 한다."


어느 부부의 기적으로 등장한 첫사랑.
부부가 부모가 되게 한 장본인.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가장 많은 자식.

그 많은 걸 누리고도 나는 왜 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했는지. 사랑받고 싶었으면서 왜 반항을 밥 먹듯 해 부모 속을 새카맣게 태웠는지...


마지막 장에 있는 <특징 찾아내기>가 가장 좋았는데, 의 강점과 단점을 꼽아보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 늦은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게 빠져들었다. (책에서 말한 대로 여러 맏딸들이 모여 함께 해야 훨씬 좋을 것 같다.)

갑자기 궁금하다. 맏딸이 아닌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공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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