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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때는 담쟁이덩굴에 바람이 불지 않고,
빈청(賓廳) 뜰에는 바야흐로 밤이 다가오는데,
때마침 달그림자(金波)가 연못 복판에 단정히 임하였다."
- 최치원, P.235

산사에 대한 판타지(?)가 있지만 종교가 불교가 아니다 보니 선뜻 발을 디디기 어렵고 봐도 아는 게 없다. (괜히 갔다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봐도 "아 좋구나~~"가 전부여서 좋은 책이 있으면 꼭 공부 좀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딱 맞춰 유홍준 선생님께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을 내주셨다. 우리나라의 산사(山寺)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덕분이겠지만, 어쨌든 이 계절에 아주 좋은 책이 나왔다. :)


돌계단으로 망가진 수덕사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선암사의 뒷간이 무서워 보였지만! 어린 시절 사극 드라마에서 많이 본 듯한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봉암사도, 궁궐같은 운문사도 좋았다.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고딕체 느낌의 무량사는 장중함을 품고 있었고, 전쟁이 나도 안전할 것 같은 천혜의 요새같았던 관룡사나 일지암은 마치 산신령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엇비슷한 줄 알았던 산사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나에겐 이런 사소한 것도 새로웠고 좋았다.
아주머니
새로 이사 온 아줌마는
참 멋쟁이다.
그런데 하루는 아주머니가
광산촌은 옷이 잘 껌어
하며 옷을 털었다.
왠지 정이 뚝 떨어졌다.
-사북초교 4학년 전형준
부끄럽지만 나도 이 시 속 아주머니와 같다. 지금 내가 광산촌에 가 살게 된다면 아주머니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현실 수준은 이렇지만 내게도 '이상'은 있다. 현실감각을 뛰어넘어 내 것도, 흔한 것도 다르게 보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아량. 선생님은 이런 시선을 갖고 계시다.
선생님이 쓰셨던 '문화미를 엮는다'는 표현에도 이런 의미가 들어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산의 음양, 장과 단의 율동, 땅의 기운은 낯설지만, '콩깍지'가 아닌 "문화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언뜻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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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지 승원, 산사'로 등재된 곳은 법주사(보은), 마곡사(공주), 선암사(순천), 대흥사(해남), 봉정사(안동), 부석사(영주), 통도사(양산)이다. (지리산 화엄사가 제외된 건 일주문 안에 템플스테이 건물이 있기 때문이라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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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4 오류
강우방 선생님은 아직 살아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