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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평점 :
"끝내 엄마를 미워할 수는 없었습니다. ...
선생님이 엄마의 마지막 선택에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었다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망설임 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저는 그 사실을 더욱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나와 아주 다른 삶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난 내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이 관대한 편인 줄 알았다. 어쩌면 관대한 편인지도 모르겠다. 답은 알 수 없지만, 자살한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건 확실히 관대하지 않았다.
《영의 기원》을 읽고 아직 한참 멀었음을 실감했다. 다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이성적인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다분히 감성적인 나조차도 이성적이게 만든 《영의 기원》은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전개된다. 서술자의 관점도 수시로 바뀌어 다름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글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차고 깨끗하고 매끄러운 대리석 같았다.

《영의 기원》은 아주 다른 다양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살이란 것만 빼면 누구의 죽음도 누구의 것과 닮지 않았다. 죽는 방법도 모두 달랐지만 그들의 생이 꺼져가는 과정 또한 아주 달라서일까? 딱히 누구의 죽음에, 사연에 애착이 가거나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뒤에 남겨진 무엇인가가 있다면 누구나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숲을 빠져나오면서,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것은,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나는 자살을 스스로의 가치와 그간의 생(노력, 사랑, 업적 등)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로만 생각했다. 회피형 인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기도 한데 자살을 택한 이들을 난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무마, 회피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영의 기원》속에서 자살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였다. 이렇게 살다 이렇게 가고, 저렇게 살다 저렇게 가는. 그냥 다른 이의 삶과 죽음 그렇게만 느껴졌다. 어느 문으로 가나 죽음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우리가 지나쳐 온 풍경들은
모두 하나의 소실점에 수렴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