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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용 설명서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한 번 쯤 땅바닥을 내려다 보거나 확대경을 비추어 보라.
상상 이상으로 충분한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곤충에 꽂힌 아이 덕분에 머리가 큰 이래로 가장 많이 땅, 곤충, 풀, 꽃을 들여다보고 있다. 숲과 휴양림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다니고 있을까. 나는 어떤 생각으로 걷고 있는가.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숲과 내가 생각하던 숲은 달랐다. 그가 말하는 숲은 나무가 일직선으로 심어져 있지도, 풀이 다듬어져 있지도, 길을 내기 위해 나무와 풀을 베지도 않는다. 동물들의 먹이가 된단 이유로 활엽수가 아닌 침엽수를 심어 놓는 꼼수도 없다.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좁은 길, 풀에게 귀싸대기를 맞기 싫으면 앞사람과는 간격을 두고 걸어야 하는 리얼 야생! 자연 그 자체이다. 그동안 내가 숲이라 믿었던 숲은 인공 조림지였다.
"이렇게 다른데도 배울 게 있을까?"

《숲 사용 설명서》는 우리가 숲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어떤 방법으로 자연을 존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자연의 시각에서 말하고 있어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가끔씩 한 무더기 아기 나무들이 같은 자리에서 동시에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건 유연이 아니다. 다람쥐나 쥐의 공작이다. 지방이 풍부한 열매를 겨울 식량으로 쓰려고 녀석들이 가을에 땅에 묻어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무더기 어린 나무들은 작은 드라마를 암시한다."
배고픈 여우가 쥐를 꿀꺽 잡아먹어 애써 모은 식량은 쓸쓸하게 땅 속에서 썪어갔을 것이다. 아니면 여우가 적을 물리치고 씨가 아기 나무로 자랄 수 있게 도와준 영웅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의 시각도 동물의 시각, 나무의 시각 서로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인간이 하는 가장 잦은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참견'이 아닐까 싶다. 나무를 지키겠다고 약을 뿌려 벌레를 박멸하는 건 인간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오지랖이다. 풀, 나무, 동물, 곤충이 원하는 공존은 무엇인지, 인간의 시각과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전혀 모르던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숲과 산을 걷고 싶어하는 혹은 걷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보다 자연을 위한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