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현존하는 편지 중 가장 오래된 편지는 1477년에 마저리 브루스가 약혼자에게 쓴 러브레터다.

공식 우편망이 없던 시절에 배달은 지인이나 전문 배달원이 대신하다 보니 편지가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중간에 증발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이니 그 내용과 가치는 지금의 손편지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물질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각별히 귀한 이 편지가 제대로 배달되지 않는단 건 편지를 쓴 사람의 입장에선 애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헨리 8세도 그랬다. 앤 불린에게 얼마나 구애를 했는지 다는 모르겠지만, 우편제도의 기틀을 마련했을 정도라니 정말 열렬하긴 했나 보다. 

 


 아무튼 그 덕분에 영국 왕실의 우편 서비스가 백 년 뒤 대중도 사용 가능해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투 더 레터에는 정말 부제 그대로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리지 않다 생각하는데, 텍스트 양이 어마어마해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수십 통의 편지를 읽었고 러브레터가 가장 많았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유명 작가의 편지였다. 특히 제인 오스틴에게 편지는 작품에서도 중요한 장면에 자주 쓰인 걸 보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녀의 글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인데, 글쓰기가 어렵다면 소소한 편지를 통해 글쓰기를 훈련해도 좋겠다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글을 깨치고 가장 먼저 하는 게 편지(카드) 쓰기 아닌가! 멘트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그리 똑같은지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판에 박힌 말이지만 번번이 부모를 감동시키는 이 멘트!

나도 올핸 제법 단정하게 쓰인 글씨가 담긴 카드를 받았다.

플리니우스는 “물론 이런 상세한 내용이 역사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편지했지만 그의 편지가 베수비오산 폭발에 관한 동시대 유일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역사에 길이 남게 된 운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남의 눈엔 너무 상세하고 흔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편지는 결국 받는 이,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 마음에 새겨졌으니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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