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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
아키 유키오 지음, 하시모토 마사루 그림, 김원식 옮김 / 부키 / 2005년 5월
절판


발전이란 언제나,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환경을 이용하여 생존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by 이반 일리히
-25쪽

법률을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일정한 의견과 특수한 이해 관계를 갖는 인간이다. 그들은 법률을 만들어 강요하고 그것이 바이블인 것처럼 휘둘러 댄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것은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에서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의 생명에 대해 더없이 잔혹한 짓을 했다. 인류에 대한 최대의 파괴 행위는 법에 따라서, 포고령이나 정부 명령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최대의 폭력은 권력의 폭력이며, 일반 시민의 폭력이 아니다. by 하워드 진-33쪽

경찰을 권력자의 개라고 본다면, 이미 비폭력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by 페트라 켈리
-43쪽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는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by 아와곤 쇼코
-52쪽

나는 원자폭탄 피해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인류의 삶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by 이시다니 스스무
-54쪽

혁명이란 인민 기관이 권력을 장악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해 가는 것이다. 인민 기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지도부의 횡포, 민중에 대한 무시 등은 계속될 것이며, 이것을 끊임없이 변혁해 나가야 한다. by 조지 레이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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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에단 호크 지음, 우지현 그림,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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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여러가지 일로 머릿 속이 바쁘긴 하지만, 요즘 내 일상은 적당히 괜찮다. 한 번씩 고음으로 웅웅 거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제외한다면. 이 소리는 환청이 아니다. 문제는 환각을 불러온다는 거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가위 눌리기 직전의 상태. 일어나서 불을 켜야 해. 견딜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그러다 몇 초가 지나면 잠들기도 하고, 아예 잠이 달아나서 일어나 앉아야 하기도 한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괜찮다. 

2.

웬즈데이는 가벼운 소설이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사랑을 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사랑을 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무척 혼란스럽고 쉽지 않지만 결국은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그런 흔한 얘기를 하건만... 다 읽고 나니 슥, 미소가 지어진다. 

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유일하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풍 가듯 유쾌하고 가볍진 않으리라." p.248 

4.

지미와 크리스티는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에단 호크는 우마 서먼과 이혼했고, 두 아이가 있다. 지미가 아홉 살에 쏘았던 붉은 꼬리 매는 전선을 움켜쥔 채 거꾸로 매달려 죽음을 맞이했다. 지미와 크리스티는 거꾸로 매달려 있지만 살아있었고, 그건 행복이자 불행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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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이별 영이별 창해 맑은내 소설선 1
김별아 지음 / 창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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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비, 정순왕후. 열다섯에 시집와 열여덟에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여든둘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예순다섯해에 이르는 지워진 삶은 작가에게, 물음표 그득한 깊은 우물이었나 보다. 작가는 정순왕후의 입으로, 그녀의 마지막 순간으로부터 그녀가 낱낱이 지켜보았을 권력다툼의 이야기와 그 안의 인물들을 묘파해 간다. 다시 죽음의 순간, 단종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고백할 때까지, 삶은 사랑이고 사랑은 삶이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는 법구경의 가르침은 허허로울 따름이다. 

"중이었고, 뒷방 늙은이였고, 날품팔이꾼이었고, 걸인이기까지" 했던 정순왕후에 대해, 그녀가 단종과 '영영이별 영이별'을 했던 영도교에 서서, 이 소설로 그녀의 혼을 위로하고자 했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기록된 역사는 '사랑을 잃고 힘을 얻기에 실패한' 여인들의 삶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귀신'으로 지질하고 서러운 생애를 배겨낸 그녀들에게도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는 존재한다. p.5

또한 그녀의 시선으로 되살아나는 여성들은,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연민의 대상이다. 

- 세상에는 어찌하여 이토록 슬픈 여자들이 많은 것인지, 여자들의 슬픔이 넘치는 세상이 과연 정의롭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어리석고 둔한 저조차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이라는 남자들의 나라에서 태어나 초라하고 값없는 목숨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새로이 생겨나는 것들 전부가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영원한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 여자들. 그들은 얼마나 더 구차하고 힘겨워야 하는지요? p.55 

어릿하니 아프다. 정순왕후가 머물었다는 정업원이나 단종을 그리며 올랐다는 동망봉에 발을 한 번 디뎠으면 싶다. 

- 살아가는 일이 온통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도,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일도, 살아서 누리고 죽으며 놓고 가는 일도, 한번 빠져들면 쉽게 나올 길을 찾지 못하는 거대한 미궁에 갇힌 것만 같습니다.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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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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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담의 세계이며, 凡人들의 세계에다가, 오해의 세계이기까지' 한 이 곳에 대한 명랑우울한 해석과 무한한 상상.  

예전에 소설가란 세상의 환부를 잘 드러내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 환부를 고치는 방법을 일러주기보다는, 이것 봐라, 이만큼 곪아터진 게 네가 발붙인 공간이다, 얼마간은 무책임하게, 얼마간은 답답하게, 체념한 듯.  

그 때 난 어렸고, 소설가들은 어른이었다. 어른들은 그렇게 무책임하고 답답한 존재들이었다. 이제 난 어설픈 어른이 되었고, 나어린 80년생 소설가의 첫소설집을 들고 피식피식 웃고 있다.  

쉴새없이 재재거리며 삶의 틈새를 부지런히 비집고 나오는 엉뚱한 환상이 즐겁다....... 이미지가 좀더 잡히는 이것은 소설이다. 엇비슷한 문화경험을 전면에 드러내니 그또한 정답다..... 이것은 추체험이다. 부모는 더이상 무겁고 크고 완벽한 존재라기 보다는, 회상 속에서도 현재도 불완전하게 나이 먹은 아이일 뿐이다. 화자가 10대이건 20대이건 그건 중요치 않다. 아비의 부재가 굳이 슬픈 트라우마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슬퍼하지 못 하게 한다. 슬퍼할라치면 차라리 웃기고 만다. 아비의 존재는 거추장스럽지만 그를 바라보는 눈이 냉정하지만은 않다. 차갑다가도 따뜻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하고. 이래저래, 맘에 드는 구석을 많이 발견했다. 시나리오를 읽듯 중성적이고 비교적 간명한 문장까지.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p.180)

상처는 이내 꿈이 된다. 김애란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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