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아기가 생기더라도 아기에게든 모세씨에게든 사랑의 정도는 그 정도, 라고 결심해두었습니다.
애자와 같은 형태의 전심전력, 그것을 나나는 경계하고 있습니다. 


117.

안되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더 이야기하면 우맂도 모르고 나나가 울기 시작하면 소라가 운다. 소라가 울면 나나가 울고 나나가 울어서 소라가 울고 소라가 울어서 나나가 우니까 소라가 운다. 이것은 그냥 아는 것. 한번 작동하면 내내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메커니즘처럼 멈추지 않을 거다. 나나도 이것을 알고 소라도 이것을 알지. 그 때문에 나나는 우는 법이 없고 소라도 우는 법이 없지. 좀처럼 없지. 울어버리다니, 그것은 제일로 당치 않은 일인 것입니다.


122~123.

나나야.

.............

무섭지 않아? 하고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나나는 무섭지. 아직은 실감이고 뭐고 부족하지만, 무서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모르니까 무섭다고 느끼는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무섭더라도 감당하겠다고 마음먹었어. 각오하고 있어. 각오가 필요할 정도, 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장해지지만 그래도 각오하고 있어. 실은 얼마큼 각오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도대체 뭘 각오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자신감 같은 것과 더불어 호흡마저 희박해지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소라는 잠들었는지 생각에 잠겼는지 더는 말이 없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립니다. 물어놓고 대답도 듣지 않고 잠들어버리다니 야속하다 야속해, 라고 생각하며 이불을 끌어당겨 가슴을 덮습니다.

너무 무모한 걸까.

이따금 이렇게 생각할 때도 있다는 것을 소라에게 말해도 좋을지 망설입니다.

이런 이유로 낳겠다고 결심한 거면 너무 무책임한 걸까.


하지만 생각했어.

이렇게 열심히 꿈을 보내올 정도로 태어나고 싶은 아이로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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