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스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들어섰다. 쇼핑센터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전철을 탔다가 내렸고 헝가리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바를 찾아 다녔다. 이런 식으로 반다에게 한 말을 머리에서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치 배경음악처럼 내 생각 뒤편에서 울리는 그 말을 죽을 때까지 의식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말을 잊기 위해서는 그때 사용했던 바로 그 언어를 지워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집을 사람들이 떠나버리듯이 말이다. 어쩌면 머릿속의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꿔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천천히 단어 하나를 버리고 새로 하나를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당분간 내 머릿속은, 한쪽 귀로 새 단어들이 올라오고 다른 귀로 옛 단어들이 부스러기가 되어 내려가는, 흡사 수리 중인 집과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