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깃들다 -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어느 선생님의 귀촌일기
박계해 지음 / 민들레 / 2011년 5월
절판


부모님을 뵙고 왔다.
팔순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점점 눈을 감고 계시는 시간이 많아졌다. 앉아서도 눈을 감고 계셨고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눈을 감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히려 점점 잠을 잃어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눈꺼풀 좀 닫지 말라고 잔소리를 퍼부어댔지만 엄마의 쌍꺼풀진 커다란 눈도 이제 반으로 줄어들어 눈동자의 절반만 보였다.-?쪽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진부한 문구에 따르자면 두 분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아가는 것임이 분명하다.
눈을 감고 고요히 장롱에 기대어 앉은 가난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꼭 닮은 딸은, 장롱도 없이 흙이 흘러내리는 바람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아버지가 닫은 창을 힘껏 열고 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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