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머나먼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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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낸 시집이란다.
시인은 많이 아팠다고도 한다.

절망과 죽음을 노래하던 30대의 최승자 시에 매료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거다.
오랜만에 찾아온 시들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시인 스스로도 '내 시는 이사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상징, 초현실, 관념의 세계는 아직 내게 와닿는 세계가 아니다.
하지만 훗날 내가 시인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 역시 그 세계로 건너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이만큼 와 있고,
우리 아이들은 저만치에 있고,
시인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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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고 있다

길이 없었다
분명 길이 있었는데
뛰고 뛰던 길이 있었는데

길 끊어진 시간 속에서
어둠만이 들끓고 있었다

(셔터가 내려진 상가
보이지 않는 발자국들만 저벅거리는
불 꺼진 어둠의 상가)

그 십여 년 고요히 끝나가고 있다
아직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길이 있었음을
뛰고 뛰던 길이 있었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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