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뿌리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5년 9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잘 잊는 것을 작가인 나는 좀처럼 잊지 못하는 것이다. (19)

조세희는 작가다. '많은 사람들이 잘 잊는 것을' 좀처럼 잊지 못한 그의 평등에 대한 사유가 한 권의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평등과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같은 것이지만, 그 둘은 결코 같은 높이였던 적이 없다.
자유는 권장되는 덕목이지만, 평등은 그렇지 못 한 경우가 많았다.
평등은 자유보다 많은 오해를 샀다.

이 책은 85년에 초판이 나왔다.
23년이 지났지만, 그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며 지적했던 이 세계의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배고픈 이들은 더욱 늘어났고, 그만큼의 부가 소수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작가 조세희는 노쇠해졌다.

"누구나 달라진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저녁놀을 받고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기품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는 못 하더라도 양곡과 연탄의 지급량을 올리고 어느 정도의 영양가를 지닌 부식이 이따금이라도 좋으니 그 어른의 식탁에 올라가게는 해야 한다." (134)

전권을 통틀어 내 가슴을 가장 울렸던 구절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누구나 조금 더 누릴 권리가 있다.
조금 더 가진 자들이 그것을 조금만 나눈다면 모두가 조금 더 누릴 수 있다.
조금 더 가진 자들이 조금 더 갖기 위해 세상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모두가 조금 더 누릴 수 있다. 

평등에 대한 오해를 거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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