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펄은 말을 꺼내고서 렉시의 노골적인 말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땅속 깊이 흐르는 하천처럼 다른 모든 질문 아래로 흐르던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필요했어?"
"어디에?"
조심스러운 붓질 한 번으로 미아는 비어 있는 자전거 포크에 진한 청색 바퀴를 그려 넣었다.
"여기에. 내 말은 엄마가 나를 원했느냐고. 내가 아기였을 때."
미아가 너무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펄은 엄마가 자기 말을 들었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참 뒤 미아는 손에 붓을 든 채 돌아섰고 펄은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67

평생을 두고 엘리나는 그처럼 불같은 열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열정은 통제에서 쉽게 벗어나버렸다. 벽을 타고 올라가 참호를 뛰어넘었다. 불꽃은 벼룩처럼 뛰어올라 빠르게 번져나갔다. 산들바람에도 불씨는 수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었다. 올림픽 성화처럼 그 불꽃을 통제하여 조심스럽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건네주는 편이 나았다. 혹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처럼 신중하게 불꽃을 돌보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빛과 선은 절대 아무것도 불타오르게 하지 않는다는 - 절대 그럴 수 없다는 - 것을 상기시키도록. 조심스럽게 통제되고, 길들여지고, 갇힌 상태에서도 행복하게. 핵심은 큰불을 피하는 것이라고 엘리나는 생각했다. 236

"들불이 일어난 뒤처럼. 몇 년 전 네브래스카에 있었을 때 들불을 봤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여. 땅이 전부 타서 까매지고 초록빛을 가진 모든 것은 사라지지. 하지만 그 뒤 토양은 더 비옥해져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날 수 있게 돼."
미아는 이지를 품에서 떼어낸 뒤 손가락으로 뺨을 쓸어주고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다시 시작해. 길을 찾아." 436

문득 미아는 펄에게 집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집은 장소가 아니라 언제나 자기가 곁에 데리고 있는 이 작은 사람이었다는 듯이.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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