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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나의 정원 ㅣ 뜨인돌 그림책 55
비르기트 운터홀츠너 지음, 레오노라 라이틀 그림,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2월
평점 :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아이들과 노인요양원에 봉사활동을 주말마다 다녔던 적이 있어요.
그곳에 가면 흔히 치매라고 말하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거의 대부분이셨죠.
내 옷자락을 붙잡고 안 놓아주고 막무가내로 달라고 떼쓰는 할머니가 처음에는 참 당황스럽고 어찌할바를 모르겠더니
매주 겪다보니 나중에는 저도 그러려니하고 웃고 넘기게 되었죠.
이 책의 주인공 피도의 할아버지도 치매를 앓고 계시는 것 같아요.
두꺼운 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왕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자다가 깨서는 잠옷 차림으로 어둠속에서 집을 찾아 헤매기도 하는 할아버지거든요.
피도에게 너무나도 든든한 할아버지였지만
지금은 피도가 없으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조차 무서워하는 약하고 보호가 필요한 할아버지로 병들고 늙으셨다는게 괜히 가슴 아프기도 하네요.
몇달전 저의 아버지께서 암 수술후 치료 중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는데
정말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게 지금도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거든요.
피도의 할아버지처럼 정신이 온전치 않을지언정 옆에 계셔서 손을 한번 더 잡아보고 목소리도 들어보고 아빠의 체온을 느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인생은 그런 거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지."
라는 할아버지의 말이 참 와 닿지 않나요?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며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내리막은 정말 힘을 조금 빼고 편하게 내려오시라는 말을 피도의 할아버지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