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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죽음의 꽃>
이동건 장편소설
2000년생 작가의 소설을 만났다. 자신을 천상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맞다. 그의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되는 천상 이야기꾼이었다.
"내가 나쁘다고? 죄가 있다고? 그래.... 나를 욕해라.... 근데 이 극악의 죄가 나중에 너를 살려 줄 유일한 빛이다!"P8
자신을 인류의 구원자라고 말하는 자의 이야기다. 강원도 구암시에 장애인 2명이 20대 남성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신고가 있었다. 20대 남성은 은행 공중 화장실에서 2명의 장애인을 치료하고 스스로 자수를 한다. 미리 연락을 한 기자에게 당당하게 자신은 암을 비롯하여 모든 장애 질환과 현대 기술로 치료하기 힘들거나 치료할 수 없었던 병도 모두 치료할 의료 기술을 가졌다고, 현재까지 저지른 모든 범죄행위를 사면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려 달라고, 그러면 자신이 알아낸 모든 의학 기술을 전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바로 은행 화장실에서 발견된 장애인들이 깨끗하게 치유된 것이 증거였다. 20대 남자는 의대를 중퇴한 이영환이라는 인물이다. 문제는 이영환이 의료 기술을 얻기 위해 인체 실험을 했고 그로 인해 자그마치 223명이라는 무구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이영환은 자신의 무죄를 받아낼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구했다. 박재준 변호사는 세상 어려움 없이 정말 자기 뜻대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똑똑한 머리에 변호사로서의 인지도도 높았다. 이런 그에게 최근 인생의 가장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의 어린 딸이 뇌종양에 걸려 온몸으로 전이되어 죽은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딸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이영환의 변호사가 되었다. 한편 어릴 때 강도 강간 사건으로 부모님들을 모두 잃고 검사가 되어 나쁜 놈들을 잡는 일 몰두하는 장동훈 검사가 등장한다.
스스로 인류의 구원자이자 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223명을 죽인 살인자를 변호해서 그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사람,
223명의 희생자의 유가족을 대변하여 그를 사형시키려는 사람.
세상에 이영환의 재판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은 분열의 시대를 지나게 된다. 이영환을 법정에서 구해서 자신의 아픈 가족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223명의 피해자를 죽인 연쇄살인마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사람들. 이영환을 살려야 하는가? 죽여야 하는가?
솔직히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인류를 구하는 선의의 결과를 도출했다 할지라도 인간을 죽이는 그것도 실험 대상으로 여기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죽게 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의 대상이 아니다. 도덕적 윤리적 법적으로 그는 희대의 살인마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가족을 살리고 싶은 그 애절한 마음에는 나도 모르게 딴 생각을 하게 만들며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번 간사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많이 놀랐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질문은 던지면서 책을 다 읽은 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 재판에서 이영환이 했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제가 많은 사람을 끔찍하게 죽였다고 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중에 아픈 당신을 살려 줄 게 접니다. 그러나까 저를 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사용되는 모든 의한은 누구가를 죽였으니까요."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