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감정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쏟아진 감정을 정리하는 일 같다는 문장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었다. 검은기적은 바로 그런 시집이다. 울음을 터뜨리기보다, 울음이 지나간 자리를 천천히 쓸어 담는 책. 흩어진 마음을 차분한 언어로 다시 세우는 기록에 가깝다.이 시집의 저자 정현우는 격정 대신 절제를 택한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든다. “흩어진 마을일수록 언어는 더 차분해진다”는 문장처럼, 무너진 자리에서 시는 낮고 단단해진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말을 다시 배우는 기분.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그 감각을 여러 번 느꼈다.특히 마음에 남은 작품베개“이상하게도 엄마가 죽었는데도 나는 잠이 잘 왔다.베개에 기대어 잠들었다. 따뜻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이 짧은 문장은 상실 이후의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슬픔 한가운데에서도 몸은 잠을 자고, 베개는 따뜻하다. 그래서 미안해진다. 애도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시는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