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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트랩 (멜라니 라베, 북펌, 20161001)
스릴러 심리 추리 소설인데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을 전개하여 긴장감과 스릴을 더욱 고조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보통 액자 소설 형식을 취하는 것은 은유적 암시나 복선을 깔기 위해서 많이 도입하여 자칫 소설의 긴장감을 반감시킬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소설 속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 전개 방식의 소설(피를 나눈 형제)을 만들어 내면서 오히려 긴장과 궁금증을 더욱 폭발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주인공 린다 콘라츠는 우연히 동생 집을 방문하였다가 동생 안나가 이미 살해당한 모습과 도주하려는 범인의 얼굴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살해범을 검거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린다는 동생이 살해당한 이유와 범인이 유일한 목격자인 자신을 왜 살려주었는지에 대한 의문,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린다는 범인을 잡겠다는 히스테리적 집착이 오히려 자신의 무기력감과 죄책감을 키우며 절망하지만 그레도 그 속에서 자신을 믿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형사 율리안에게 새로운 사실이나 범인을 발견하게 되면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지 11년이 지나고, 35살이 된 린다는 동생 사건의 충격으로 집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공황장애를 앓지만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다. 우연히 TV를 통해 12년 전 자신이 목격한 살인범을 본 린다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자신이 그 살인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는 사실과 자신만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며 범인을 잡기 위하여 스스로 함정을 파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소설의 초반부에 밝혀버린 범인과 뻔한 결론이 보이는데 어떻게 소설을 전개할까 하는 의문점은 중반부에 가면서 예상했던 범인이 진짜가 아니고 다른 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작가가 파놓은 함정에 독자들이 빠지고, 주인공도 함정을 파고 덫을 놓지만 범인도 또한 함정을 파고 덫을 놓는 구조로 인하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후반부에는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인 멜라니 라베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배우와 기자 생활을 한 이후에 추리소설 작가가 된다. 배우로서의 경험은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 배경에 대한 뛰어난 시공간적 설명을 가능하게 하였을 것이고, 기자로서의 경험은 소설 속의 린다가 동생의 살인범이라고 확신하는 이름난 기자에게 자백을 유도하기 위하여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법을 자연스럽게 도와주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인데 작가의 직업과 동일하여 주인공의 민감한 심리전개에 대하여 동병상련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피의자에 대하여 자백이나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심문기법 등에 대하여도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두 쌓여서 소설이지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우리들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능력을 갖춘 것 같다.
주인공이 범인을 잡기 위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너무나 두려워서 자신을 다독이는 구절이 「 ‘두려움은 어떤 일을 하지 않을 핑계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진짜 세상으로 돌아가는 일. 나는 자유로워질 것이다.」인상 깊고, 동생 안나를 사랑했지만 때론 미워했던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의심하고 있는 부모님을 찾아가서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오해였고 한없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가족 간의 사항이 무엇인지 생각나게 하였고, 린다와 형사 율리안과의 사이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 게임 역시 단순한 플롯이지만 흥미진지하게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