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구광렬 지음 / 새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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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2016.5. 구광렬, 새움)

책 제목과 광고 카피에서 처음 연상되는 것은 영화 ‘실미도’처럼 ‘김신조 사건’의 후속편인지 알았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내용과 제목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얼핏 하며, 1968년 1. 21 사태의 ‘후속편’이 아니라 피의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만들었던 ‘전편’이자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의 모태는 1960년대 초반에 북한 무장공비의 대남침투와 요인암살이 빈발했던 중에 일가족이 몰살당한 ‘김두표 중령 살해사건’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 남한 방첩부대는 대남침투를 저지하기 위한 보복성의 대북침투공작을 비밀리에 준비했던 ‘1967년 北 응징보복작전’이다. 군 생활을 해본 남자라면 본인이나 지인의 부대가 창립된 배경, 휴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남북한 철책선 근방에서 알려지지 않은 야음성 침투를 통한 크고 작은 전투가 많았고, 전향과 보복 공격, 사고치고 귀순하는 일 등의 일화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당시 남한의 침투조들이 지휘관을 제외한 대원들이 모두 전향한 공비들이었다는 점에는 쉽게 수긍이 안가는 부분이 남아 있다.

소설은 시간 순으로 전개되면서 수용소 안에 걸린 그림을 모티브로 전향한 공비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회상이 계속 이어지고, 주인공인 창욱의 시선에서 전향한 공비들과의 신뢰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부분이 주요한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적 전개방식으로 인한 것인지 기승전결의 고리를 잘 알 수는 없지만 작가가 치밀하게 구성하고 전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은폐되어 있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설적 재미도 적절하게 뒤섞여 있어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동족이 분단하고 서로의 가슴에 총을 쏘고, 비수를 찌른 지가 70년이 넘었다. 좌우의 이념으로 인한 분단 상황이 아직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과 열전을 반복하고 있고, 그 속에서 가장 고통 받고 힘든 사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용만 당하는 힘없고 선한 대중(인민)일 것이다. 영산민물매운탕집에서 창욱, 기태, 태형, 현석, 평래와 질펀하게 밤새워 노래하며, 또 울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밤이다. 은령이도 곁에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 조금만 더 행복하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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