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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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마틴 포드, 2016)

얼마 전 2016.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진보정당의 현수막에 “기본소득 100만원 보장”이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당장의 실행 여부를 떠나서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생기는 각종의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결론적으로 제안하는 기본소득보장제도와 똑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놀랐다. 작가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진화로 인해 블루칼라 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들도 조만간 일자리를 잃고 실업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작가인 마틴 포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양에서 25년 이상 종사해 왔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접한 작가의 혜안과 능력은 어느 경제학자, 정치학자, 미래학자 못지않게 바람직한 경제체제와 정치제도 그리고 조만간 닥쳐올 인류의 위험과 불확실성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정확하고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제까지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기술과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항상 피라미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맨 꼭대기에는 소수의 고숙련 전문직과 기업인들이 대부분의 창의력과 혁신을 담당하고, 근로자의 절대 다수는 수준 차이는 있지만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에 항상 종사해 왔다. 로봇이나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자동화 방식이 작업 기술 피라미드의 아래쪽부터 잠식하여 꼭대기의 안전지대도 점차 시간이 감에 따라 축소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의 이런저런 분야가 기계화되거나 자동화로 인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왔던 기존의 충고가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고, 그리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기술을 습득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차지 못할 것이며, 예전처럼 더 수준 높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더 나은 일자리를 갖게 된다는 전망 또한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간에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작업이 숨어 있다면, 그 일은 컴퓨터가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 학습, 딥 러닝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력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등장함으로써 우리는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현재 신문 등 언론보도에 나오는 뉴스가 대부분 컴퓨터가 작성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글을 쓰는 일은 인간 고유의 일이라 생각하였는데, 기사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자동화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15년 이내에는 뉴스 기사의 90퍼센트 이상을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기업에서 일반 사무직 근무자보다 더 훌륭하게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 또한 담당할 수 있다고 전한다.

무자비한 자동화를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없어지고 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수요창출에 필요한 구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점과 자동화의 진행을 중단시키자는 주장이 비현실적이려면 결국 이제까지의 정책과는 다른 정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가 보기에는 일종의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양 시스템에 의존할 수 없게 된 개방형 사회로 옮겨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런 식의 안전망에 대한 필요가 발생했다고 보았고, 보수주의자인 하이에크의 이론을 빌려서 보장된 기본 소득은 평등 또는 정당한 분배 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저 효율적인 사회경제적 기능으로서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보험 같은 장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보수 진영의 주장은 기본소득이 개인적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사실에 핵심을 두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개입하거나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려고 요구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이 구매력을 갖춰 시장에 참여하게 하자는 이야기이다. 이는 또한 최소한의 안전망 보장과 관련한 시장 지향적 접근방법이며, 이를 시행하면 최소임금, 푸드 쿠폰, 빈민을 위한 후생, 주거비 지원처럼 덜 효율적인 메커니즘이 불필요해지고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국가가 초래하는 과잉행정국가 등의 폐단 등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결론적으로 주장하는 기본소득보장제도와 이에 필요한 인센티브 설정하는 방안, 수요하지 않는 기계 대신에 소비자들에게 구매력을 쥐어주는 재상가능한 자원으로서의 시장 형성,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하여 당장 시행해도 될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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