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를 파괴하라 - 창의력을 만드는 공간 혁신 전략
이동우.천의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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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를 파괴하라 (세종서적)

‘그리드’는 바둑판과 같은 모양, 즉 선과 선이 만나 직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를 의미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피지배 계급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또는 사물이나 현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그리드(격자) 구조를 사용해왔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 했던가! 작가가 말하는 공간은 곧 구조나 형식을 말하고 이것이 결국 내용이나 문화, 의식을 결정한다고 해석해 본다. 그렇게 때문에 공간(구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더 크게 바꿀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를 따라가거나 선도하지 않으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고 또한 이것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바꾸고 용기를 가져라는 것이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한 구조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리드를 파괴하는 전략’을 알려주고자 한다.

천의영 작가는 건축학자답게 공간구조(건축)라는 측면에서 경영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고, 위기경영을 극복하기 위한 공간과 조직문화 등에 대한 저널리스트인 이동우 작가의 연구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두 명의 작가가 집필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내용과 흐름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들은 공간구조라는 측면에서 경영 혁신을 바라보고자 하며, 탈그리드에 주목한 기업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특히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공간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그 해법을 찾았고, 경영과학이 풀지 못했던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이 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 출간된 『이노베이터 메소드』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영은 직선이나 직각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즉 문제가 표준에 딱 맞고 상호 의존성이 익히 알려진 경우엔, 오늘날 경영자가 활용하는 기존 비즈니스 기획 틀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혁신은 불확실함과 비표준적 과정, 즉 곡선이나 비정상적인 각도에 관한 것이라고 규정짓고, 현재 나와 있는 경영 서적이나 틀들은 경영자들과 혁신가들이 직면한 새로운 문제점들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경영과학과 혁신 이론이 기업의 미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 왔었고, 이런 사회에서 성장하며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GAFA의 업무 공간과 상업 공간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동안 경영과학이 풀지 못했던 몇 가지 문제를 풀어줄 해법이 도시건축적 상상력과 경영이론의 융합을 통해서 제시하고자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통적인 시장을 해체하면서 그들이 가진 일터들의 형식과 공간을 무너뜨리고 지도에 없던 전대미문의 공간분화 실험을 통해 일터이자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그 공간은 놀이터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 공간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대에 앞서가는 기업들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열린 공간에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그동안 관리와 통제의 대명사였던 그리드를 스스로 파괴하고 한 걸은 더 앞서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속도가 규모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학습했고, 고객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현할 때 시간적 장애물을 가차없이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에 언급하고 있는 사무공간의 변화 등을 유발하는 공유경제의 흐름과 이에 따른 지각변동에 대한 작가의 시각에 많이 공감하면서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었는데, 본문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가 별로 없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고, 책을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은 사회학 이론의 나열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을 주는 면도 있다. 그렇지만 척박한 연구환경에서 경영혁신이론이 없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 세계의 앞서가는 기업들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 것 같고, 작가들의 경영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연구노력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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