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사의 서막 -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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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사의 서막(주명철) 1권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대학을 갓 입학하고 프랑스혁명사와 러시아 혁명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배웠던 지식과 너무 다른 내용으로 인한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우리 세상에도 이와 같은 혁명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슴 가득한 순수한 열정과 희망을 가졌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러한 열정과 흥분을 지금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주명철 교수의 프량스 혁명사 10권 중 제1권을 감히 선택했다. 작가는 1권 서문에서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실제로는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수구세력이 역사적 사실을 자기네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예로서 ‘군사정변’은 소수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전체주의를 지향하고, ‘혁명’은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자유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독자가 깨달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자유, 평등, 우애’라는 높은 이상을 내걸고 실천하려는 프랑스 혁명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고, 그렇게 해서 겨우 틀을 갖추고 조금씩 실현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자며 이 책의 집필동기를 피력하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작가가 그토록 우려할 만큼 새삼스럽게 ‘자유’의 의미를 묻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1부(‘앙시앵레짐’이란 무엇인가)에서 혁명가들이 앙시앵레짐을 거부한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차라리 혁명을 낳고 변형되거나 폐지되거나 먼 훗날 부활하지만 그때의 사정에 맞게 변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1789년 왕정이 타성에 젖어 변화를 싫어했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는 말을 신중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으며, 프랑스 혁명은 무엇보다도 경제문제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 왕정이 빚을 많이 지고 더는 돈을 끌어올 곳을 찾지 못한 채 세제개혁을 하려 했지만 특권층의 반발로 실패하면서 혁명이 일어났음을 강조한다. 한편 그 사실 못지않게 왕정은 그 나름대로 국가를 ‘근대화’하려고 노력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피력한다. 요컨대 역사적 대사건이었던 ‘프랑스 혁명’은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큰 산과도 같은 것이며 이제라도 우리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읽고 토론하면서 오늘의 반면교사로 삼자는 것이다.

2부(루이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루이16세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 계기 및 오스트리아 황녀였던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비로 시집온 배경 등을 지나칠 정도로 아주 면밀하게 고찰하고 있으며, 각종 인쇄물의 발달로 왕의 신성성이 파괴되기 시작하는 과정과 기존에 잘 몰랐던 고등법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3부(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에서는 주로 시에예스 신부의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가 나온 배경과 이것이 프랑스혁명에 미친 영향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시에예스는 왕정은 게르만족 정복자들이 원래 주인을 노예로 만들면서 출발했으며 수많은 특권층을 만들어 명예와 돈을 독점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타락했으며, 또한 특권층은 진정한 생산자의 피를 빨아먹으면서도 국민의 한 부분이 아니라 국민의 바깥에 있는 기생충이기 때문에, 이제 진정한 국민인 제3신분이 자기 존재 이유를 깨닫고 공동의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 새로운 헌법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며 제3신분이 스스로 대표를 뽑아 만든 법률을 함께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으며, 1789년 전국신분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민의회로 탈바꿈해야 할 이유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시에예스의 저작이 1789년 초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프랑스 왕국이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았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며 프랑스혁명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대체로 정의가 승리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프랑스혁명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었던 ‘자유’를 민중이 스스로 쟁취한 최초의 부르조아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혁명과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발전에 혁혁한 공헌을 하였다고 생각하는 프랑스혁명사 총10권을 집필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작가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며, 꼭 완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1권을 읽으면서도 같은 내용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 나오고, 너무 나무만 보다보니 숲을 보지 못하고 방향을 상실하여 길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고, 큰 줄기의 능선이나 계곡이 어디 있는지조차 헤매게 되고 정상이 안 보여 어느 방향인지조차 모를 때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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