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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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서평)

 

  자식들이 커는 것을 보면 한편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생로병사의 이치에서 인간인 우리도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한낱 미물에 불과한 우리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모두 제 각각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음에도 젊게 살고 싶고, 젊게 보이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제목처럼 누구나 품위있게 나이 들고 싶다하는 것도 인간의 기본 욕망일 것이다.

 

작가는 백세 시대에 어르신들의 사랑과 성 그리고 놀이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어떻게 사랑하며 잘 놀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갈등과 혼란이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황혼 이혼 증가, 돈 달라고 부모 학대하는 자식들, 노노간병, 간병살인, 노인들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상술, 고독사, 효도제안서 등의 사건들을 소개하며 작가 나름의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첫째, 혼자 노는 고독생에서 벗어나 교류하라. 인간은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소속감, 타인의 존경 등을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의 진정한 힘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둘째, 가족 관계를 리모델링하라. 황혼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미리미리 부부 관계를 점검하고 리모델링해야 하며, 또한 자녀와의 관계가 노년기 행복의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짝사랑이나 자식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으로 자녀 중심적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하며, 상호 독립성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자녀와도 협상하고 합의하는 기술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

셋째, 80세까지 일하려면 경력 모자이크를 만들어라. 100세 시대의 인생은 이전보다 천천히, 유연하게, 페이스를 조절하며, 주변의 환경도 즐기며 달려야 하는 마라톤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오래 일하고 싶다면 평생 학습과 계발을 통해 스스로를 쇄신하고 활력을 불어넣고, 휴식기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0대 초반에 일 년 동안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넓히며, 40대가 되면 또 일 년 동안 학습에 매진하여 두 번째 전문분야를 개발하며, 50대 초반까지 두 번째 전문 능력에 쏟는 에너지를 늘리며 50대 중반에 다시 사회 체험을 위해 일 년 동안 여행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50대 후반이나 60대에는 지금까지 쌓은 전문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가로 변신하여 7,80대까지도 계속 사회활동을 지속하라는 것이다.

넷째, 혼자 사는 기술을 익히되 이웃마을에 투자하라.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분의 11인가구가 될 것이기 때문에, 100세 시대란 너나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일상을 홀로 감당하는 신체적, 감정적 능력도 키워야 한다. 가족보다는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 오늘 같이 밥을 먹는 친구와 이웃들이 더 소중하며,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고, 아픈 사람에게 돌아가며 죽을 끓여주는 마을을 가꿔야 한다.

다섯째, ‘자기성찰을 통해서 능동적인 삶을 기획하라. 100세 시대의 인생은 길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내게 중요한 건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는 건 무슨 일인가?’,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더 깊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자기 성찰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르지 말고 능동적으로 삶을 꾸려가도록 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타인과 다른 독특한 삶을 창조하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종이나니.(존 던)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이 나와 감성이나 취향이 비슷해져 이선희의 인연을 같이 부르고, 드라마를 보고 같이 울곤 한다. 노래 가사나 드라마 상황에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는 것을 느끼며, 남자들의 갱년기에 대한 작가의 말에도 아주 격하게 동의한다. ‘경쟁생존의 전쟁터를 거쳐 오는 동안 자신의 약점이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남자, 나이 들수록 점점 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가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자로부터 배울 건 배워라는 것이다. 갱년기 여자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정보와 나눔, 보살핌,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여자들만의 깊은 연대감을 남자들도 배워야 한다. 남자들이 힘든 상황을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만 있어도 갱년기로 인한 피차의 고통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조그만 구멍 하나가 몇 십 년간 쌓아온 결혼이라는 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작가의 진심어린 조언은 가슴에 와 닿지만 작가도 결국 여자라서 남자들의 고독과 고민을 진정 알 수 있을까 하는 자조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孔子가 나이 마흔이면 불혹(不惑), 쉰이면 지천명(知天命), 예순이면 이순(耳順)’이라고 했는데, 나이가 40이 넘었는데도 무엇을 당해도 늘 망설이기 일쑤이고 유혹에는 더 약해질 것 같고, 50이 넘어도 100세 시대라 오래 살아서 그런지 천명을 알 것 같지도 않고, 60이 넘어도 천지만물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것 같지가 않다. 아마 옛 성인이 나이 들수록 이러한 것이 안 되니 이를 경계하고 주의하라는 의미라고 스스로 각색하며, 딸들과는 달리 부부 사이에 점점 대화와 소통이 어려워짐을 느끼고 있는 차에 작가의 적절한 조언이 살갑게 다가온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경제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좋은 부부관계를 갖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는데, 특히 부부간의 도를 넘는공격성과 자기중심성이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그만 일에도 큰 싸움으로 번지는 대화 방식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으로부터 대화를 시작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야기하면서 서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반복되지는 않는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보기를 권유한다.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화가 났나? 혹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나? 걱정스러운가? 우울한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심리적 제안은 참으로 실질적이고 유효한 것 같다.’, 내가 지금 화내고 있구나라고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고 있으면,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위협하는 말투를 줄이고, ’당신이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속상하다라고 침착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 간에도, 부부간에도 기술은 필요하다는 조언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초등학생 둘째 딸이 자기 30세에 아빠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뜬금없이 물었다. 아빠가 건강하게 늙어서 너희들을 곁에서 지켜주고, 삶의 바른 길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고, 또 그 때까지도 일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조금 막연하게 답했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노후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고, 작가가 조언하는 제2의 삶에 대해서 설계는 고사하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고,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는 쳇바퀴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작가가 주장하는 남자들의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 그럴 수도 없지만 나중에 은퇴해서도 쉽게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딸을 위하여 뇌성마비 외손자를 죽이고 본인은 자살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는 어른신들이 과도한 책임감에 자기 파괴적인 빗나간 선택을 하는 원인을 작가가 진단하길 소통관계부족이라고 보고,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데 바로 유연함사회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라.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지나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시라고 한다. 책임감으로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남자들이여!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마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묻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하시라고.

 

그리고 작가는 영국 노인들 삶에서 공동체적 삶이 건강과 장수에 좋다는 로제타 효과를 언급하면서 관계참여의 소중함을 알고 가꿔나가는 생활양식이 지배적인 그런 마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오랜 복지국가의 역사를 통해서 아무리 복지가 발달된 나라라 할지라도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는 깨달았고,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적 삶이 국가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사회 복지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소 멀지만 종국적으로는 작가가 희망적으로 제안하는 공동체적 삶이 경쟁만 강요하고 천민자본주의적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품어 본다.

 

  작가가 결론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은퇴를 자기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계기로 삼는, 그런 삶을 권하고 있다. 영국의 노인들이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창조적 영국이라는 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뿌리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노인으로부터 젊은이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치와 자원, 지혜는 오늘날의 영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며, ‘노인이 없는 영국을 상상하기란 힘든 일이라고 한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건 도서관 한 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의 의미를 점차 노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한국 사회에서도 다시 한 번 깊게 되새겨보아야 하는 말인 것 같다.

 

어느 보험회사가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는 설문지에 답하니 예상수명이 나왔다. 정확도가 거의 90%가 넘는다고 하여 성실히 답하니 예상 수명이 81.5세라고 나왔다. 남자의 평균 수명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오래 사는 수치인데도, 다시 작정하고 아니 희망 사안으로 설문조사에 다시 답하니 83.5세로 나왔다. 일주일에 5번 이상 운동,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 1년에 한 번 정기건강검진, 술도 1주일에 한 번, 등으로 답한 결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니 혼자라도 오래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겠지만 어떻게 오래 사는가, 어떻게 품위있게 나이들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누구나 품위있는 삶을 원한다. 그리고 품위있게 늙어서 죽기를 원한다. 작가는 언론을 통하여 최근 알려진 각종 노인 문제에 대하여 작가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는 해결책을 나름 설득력있게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나 광범위한 문제에 대하여 각각의 깊고 전문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부제에 붙여진 열심히 산 당신이 100세 시대에 버려야 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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