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 테러리스트, 첼로 경기문학 23
이숙경 지음 / 테오리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1944, 테러리스트, 첼로(이숙경, 테오리아, 20181212)

경기문학 시리즈(23)의 《1944, 테러리스트, 첼로》는 동명의 소설과 ‘유다의 키스’ 두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1944, 테러리스트, 첼로〉는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개인의 일생을 얽히고 설킨 가족사와 함께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해방 직전에 가장 부르조아적인 첼리스트에서 어쩌면 우연한 기회에 일제에 항거하는 테러리스트가 되었다가 군사 독재 시절에 또 어쩌다가 민주 투자가 되고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가 만년에 고국으로 귀국해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재하 옹의 병간호를 억지로 떠맡게 되는 외손녀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일생을 묘사하고 있다. 굴곡지고 뒤틀어진 한국의 현대사처럼 그 속의 개인들의 삶도 참으로 굴곡지고 뒤틀어져서 사연없는 사람이 없지만 ‘독립투사’, ‘민주투사’ 이런 명칭이 마치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허울뿐인 수식어처럼 느껴진다. 

 

〈유다의 키스〉에서 연극배우이자 자유분방하게 사는 어머니는 주인공인 ‘나’가 사랑하는 소설가 ‘혁명’과 결혼하려고 한다. 어머니 보다 무려 열여덟살이나 어린 소설가인 ‘혁명’이라는 남성을 두고 모녀지간이 삼각관계에 빠지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88세대의 포기와 절망 그리고 우울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하고 배신하였던 ‘유다’를 왜 제목으로 했을까 하는 의문과 또 왜 ‘키스’를 붙여서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소설을 읽어면서 이것이 ‘화해’인지 ‘용서’인지 곱씹어보게 되며, 삼각 관계의 중심인 남자의 이름을 왜 또 ‘혁명’이라고 했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게 된다. ‘혁명’과 어머니는 결혼식을 마치고 다음날 크로아티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에 돌연한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죽고, 장례를 치르고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이모와 함께 엄마의 부장품을 정리하면서 ‘엄마의 사랑의 원주율이 세상 사람들보다 조금 컸다’고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이모가 찢어버린 엄마의 노트는 그렇게 해서 나의 생에서 완전히 뜯겨 나갔다’고 묘사하면서 어머니와 관계를 청산하고 소설은 ‘혁명’과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단편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여 어러 번 곱씹어 읽게 되는 소설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막장드라마 같은 금기된 사랑을 소재로 하였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여과없이 잘 후비고 찌러고 하여 감동을 주고, 어머니와 극단적 갈등이 불편한 관계로 설정되었지만 어쩌면 용서와 관용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는지 한다. 소설의 뛰어난 구성력과 지나칠 정도의 디테일한 묘사는 잘 모르지만 ‘이숙경’이라는 작가의 굴곡진 인생이 녹여져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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