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가 이렇게 살았다.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해냄에듀 서평 이벤트_
『제국의 어린이들』은 일제 강점기 조선에 살았던 아이들의 글짓기를 통해 그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는 보통 식민지 시기를 정치,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곤 하지만, 이 책은 그 거대한 역사의 틈새에서 살아가던 어린이들의 시선에 주목하며 미시사적 접근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책 속 글짓기들은 당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기록된 일상의 풍경, 가족과 학교에 대한 감정, 식민지 현실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들까지 담고 있어 그 어떤 사료보다 생생하게 당시의 정서를 전달한다. 아이들이 쓴 짧은 문장 속에서도 시대가 강요한 긴장과 순응, 그리고 그 속에서도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작은 몸짓이 고스란히 드러나 마음을 울린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식민지라는 구조를 새롭게 조명하는 창이 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바라본 풍경은 어른들의 거대담론에서 미처 보이지 않던 부분을 드러내며, 식민지 경험이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만 읽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그것이 원문 자체의 오류인지 번역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러한 작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시적 관점에서 식민지 시기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귀중한 자료이며, 어린이의 글이라는 독특한 사료가 얼마나 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지니는지를 증명해 준다. 『제국의 어린이들』은 식민지 조선을 보다 깊고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