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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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는 살인편지를 받았다.”
검은 스티커를 떼어내는 순간, 피묻은 편지 속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리오가 해나에게 보내는 편지로 문이 열린다.
그리고 곧,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프레디가 등장한다.

“나는 도면 없이 일하는 벽돌공으로, 단어를 늘어놓으며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다시 문단으로 만들면서 내가 세운 벽들이 즉흥적으로 방향을 틀거나 돌아가게 한다.”

보스턴공공도서관,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글쓰기를 방해받을 정도인 그곳에서
프레디는 개성 강한 세 사람을 만난다—문신으로 뒤덮인 프로이트걸 마리골드, 만화 속 주인공 같은 턱의 윗, 잘생긴 남자 케인.
우연히 네 사람이 함께 듣게 된 비명 소리, 그리고 그 순간부터 벌어지는 미스터리.

p.20 “그렇게 우리는 모두 맵 룸으로 가서 우정을 싹틔우고, 나는 처음으로 살인자와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 과연 어디서부터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이 책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리오가 해나에게 편지를 쓰고, 해나는 그 편지를 소설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프레디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처럼 등장하며
그녀의 절친한 지인은 바로 편지를 쓴 리오다.


도대체 누가 소설을 쓰고, 누가 등장인물이며, 누가 독자인가?

읽을수록 점점 섬뜩해지고,
프레디가 신뢰하는 리오 역시, 점점 불길한 존재로 변해간다.
그의 집요한 언행은 편지처럼 정제돼 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조율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

p.335 “이야기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세상은 어두워지고 있고, 살인뿐 아니라 이제는 질병, 무관심,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에도 위협을 받고 있어요.”

p.407 “살인자는 발전하는 경향이 있어요. 케인의 범죄가 더욱 잔혹해지는 것이 당연한 거예요. 소설의 지금 단계에서 위험이 빠르게, 가까이 온다는 기분도 끌어올릴 테고요.”



결국, 이 책은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면서도,
이야기를 믿고 따라가는 독자 자신의 독해와 신뢰에 대해 묻는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모습은 진짜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그 모든 구조가 ‘남다른 결말’로 매듭지어진다.
지금까지 읽어온 이야기의 궤적이 단숨에 뒤흔들린다.


📌 추천합니다

  • 액자식 구성의 문학적 실험을 좋아하는 독자

  •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즐기는 추리소설 애호가

  • 불안과 긴장, 심리적 몰입감을 원하는 독서 경험을 찾는 분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이 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편지는 반송도, 다시 접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각오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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