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꼭 안아준다.괜찮아, 괜찮아…… - P145
그의 몸은 나날이 망가졌지만 정신은 나날이 빛났다. 리는식의 역설은 옳지 않다. 몸을 지키는 일이 정신을 지키는일이고 정신을 지키는 일이 몸을 지키는 일이다. - P160
우리는 모두 ‘특별한 것들‘이다.그래서 빛난다.그래서 가엾다.그래서 귀하고 귀하다. - P199
다시 프루스트:"우리가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그때 우리를구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그 문을우리는 우연히 두드리게 되고 그러면 마침내 문이 열리는것이다." - P231
내 삶은 두 곳 사이에 걸친 다리 같았어. 가난한 노동 계급과 더 높은 계급. 도시와 시골, 대졸 직장 동료들과 교육 기회를박탈당한 사랑하는 가족, 어린 시절의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환경과 어른이 된 뒤 진보적 분위기. 시골 한가운데에 있는 집과동부 해안 지역의 직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물리적 세계와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무형의 차원. - P359
이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베티 할머니가 그 고생을 하고도 고약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고 타고난 밝은 세계관을 유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할머니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 의미가있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지. - P369
대학에 가니 경제적 불평등의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 그제야조금씩 알 수 있었어. 거칠게 말하자면 그 간극의 한쪽에는 나의 출신지, 즉 육체노동자, 수십 년 전부터 이들을 무시하고 배척해온 제도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른 쪽에는 이 제도를운용하는 사람들, 곧 대학에 다닐 돈이 있고 도시에 살거나 땅값비싼 해안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있고. 물론 실상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 가족이 어느 정도로 가난한지 실감을 못했어. - P376
가난한 사람으로, 여성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가본 적이 없는 지역 출신으로 정형화되어 취급받다 보면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가 그런 고정 관념에 맞서 오히려 강화될 수 있어. 내가 가난한 아이일 때 가끔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새로운 환경에 놓인젊은이는 별 볼 일 없고 쓰레기들만 산다고 생각되는 그곳에 대해 말없는 자부심을 느꼈지. - P395
어떤 장소든 계급이든 내가 빠져나올 무언가가 있었다면, 여러 면에서 나는 아직 그곳에 속해 있고 아마 언제까지고 그럴 거야.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나 스스로 그곳에 속하기를 선택한 것이기도 해. 마음대로 싸돌아다녔던 어린 시절, 어떤 기대도 지워지지 않았던 자유, 내 능력에 대한 견고한 이해같은 게 나를 길러낸 자양분이니까. - P405
경제적 궁핍은 여러 종류의 가난 가운데 하나일 뿐이잖아.어떤 배경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빈한함을 느낄 수 있지. 돈으로살 수 없는 무언가가 부족하고 결핍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회에서 수치를 부과하는 궁핍은 경제적 빈곤뿐이야. 사회에서, 문화에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공 정책에서, 사람들의 일상적 대화에서 가난은 수치로 다루어지지.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하게살고 있다면 경제적 실패는 곧 정신이 실패했다는 뜻이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될 거야. - P406
그래, 너는 내 딸이 아니라 고양된 나 자신이었어. 너는 수호천사가 아니라 사회에서 내 몸과 정신이 가치가 없다고 계속 주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기에서 분리되어 표출된 나 자신의 힘이었어. - P412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남자들은 여자의 능력을 무시하지 않았어. 어릴 때부터 살아온 여자들을 보았기 때문이지. 내가 아는 여자들은 누구한테 허락을 받는 법이 없었지. 당연히 애초에 쓸 돈이 넉넉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고, 노동 계급 여성은 노동 계급 남성보다도 더 적은 임금을 받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재정 문제나 의사 결정에 있어서 여자와 남자가 하는 몫이 다르지 않았어. - P308
계급에 따라 문해력이나 접근성 등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페미니즘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도 달라져. 캔자스주 의회에 가서 로비를 벌이는 것보다 광산 입구에 장총을 들고 서 있는 편을 택할 여자들이었으니. 이곳 여성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다른 지역의 중산층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왔어. 그러니 우리 집에는 여자는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비슷한 것도 없었지. 고조할머니 아이린이 보잉 공장에서 일할 때에도, 그이전부터도 늘 그랬다. 우리 집안 여자들에게 일은 가정으로부터의 해방도 자아실현도 아니었어. 그저 삶의 방식, 늘 그랬던것이고 그래야만 했던 것이고 칭송도 주목도 받지 못했던 것이었어. - P311
그 시대에 여성 해방이 찾아왔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 가난한 여성들은 독립을 쟁취할 힘이 없었어. 때로 남자에게 의존해서 사는 게 죽음의 위험을 안길 때가 있었는데도, 가정 폭력은사회경제적 계층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일이지만 남자를 떠날 능력이 없는 여자들이 살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거지. - P318
"내가 싸우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건 아니야."베티가 가난한 여자였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분윳값을 얻으려고, 식구들 먹일 돈을 벌려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남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 경제적 권력은 곧 사회적 권력이야. 가난한 여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끈질기게 매달려도 둘 다 얻을 수가 없어. - P328
가난한 여자들은 살아가기만 해도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어.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임신하고, 서빙을 하면서 예사로 성희롱을 당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으로 몸은 통증에 시달리지...그리고 남자들에 의한 폭력이 있어. 가난한 계급 남자가 중간이나 상위 계급 남자보다 더 폭력적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 수단이 없는 여자가 폭력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든 것은 사실이야. - P344
도러시, 베티, 푸드, 폴리, 지니 모두 살면서 겪은 심리적 고통 때문에 심오한 인식에 도달하게 됐지. 세상을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을 획득한 거야. 남자들이 설립해 논리와 지성만이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는 학교에서는 이런 지식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곤 해. 하지만 이 여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지식보다 더 깊고 교회의 가르침보다 더 고차원적인 자신의 직관을 확신했어. 삶에서 오는 고통을 그토록 오래 감내하면서도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힘‘이라고 불리는 걸 얻게 되기 때문이지. - P356
오거스트, 그건 진짜였어. 계급의 축복이지. 그들이 접근할수 없는 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눈살을 찌푸릴 테지만,이들에게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힘, 자기 스스로 만든 세상을 보는 눈이 있었어. - P356
부모님은 집마다 시간과 의미가 마치 전류처럼 흐른다고 했어. 여러 사람이 들고 나면서 집의 시간은 흘러가더라도 의미는달라지지 않는다고 했지. 안전함, 안정감, 안도감, 짜임새, 집, 이런 것이 늘 부족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소중하기도 했어. 부모님이 나에게 줄 수 없었던 것들이기도 하지. - P256
우리 집안 여자들은 폭력적인 남자로부터 도망치려고, 생활비를 벌 방법을 찾으려고 끝없이 이사를 다녔어. 비참한 곳을 뒤로 하고 새로운 희망을 좇아 길을 떠났어. 하지만 내일의 희망이어제의 비참함으로 끝나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 아무튼 숱한비참한 이야기 속 여자들과 달리 이들은 항상 떠날 방법을 찾아냈어. 하지만 이들에게는 갈 집이 없었어. 그래서 똑같은 순환이다시 시작되곤 했지. - P271
우리 엄마처럼 나도 사는 곳과 배우는 곳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직접 경험으로 알게 됐어. 나는 9학년이 될 때까지여덟 군데 학교를 다니면서, 중심을 잡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만있다면 어딜 가든 주변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 나 자신은 그대로라는 걸 깨달았어. 그런데 주변 환경은 돈과 계급을 따라갈 때가 많아. - P286
가난한 운명을 타고난 우리는 경제적 안정을 누리지 못했지만 대신 융통성을 발달시켰고 어떤 것은 지속되고 어떤 것은그러지 않을지를 냉혹하게 직시하게 됐어. 2008년 금융 위기 때우리 부모님 둘 다 일자리를 잃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사정이힘들어졌어.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은 자산 감소를 처음으로 겪어보았을지라도 우리 가족에게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 - P297
경보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 - P301
공부방 처음왔을때 사회과학적으로 해석되는 가난과 부모에대해 이해하게 됐던 충격같은 시간.그 시대를 가난한 이들의 문법으로 관통해왔던 삶의 공통의 궤적들이 위로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