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두 곳 사이에 걸친 다리 같았어. 가난한 노동 계급과 더 높은 계급. 도시와 시골, 대졸 직장 동료들과 교육 기회를박탈당한 사랑하는 가족, 어린 시절의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환경과 어른이 된 뒤 진보적 분위기. 시골 한가운데에 있는 집과동부 해안 지역의 직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물리적 세계와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무형의 차원. - P359

이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베티 할머니가 그 고생을 하고도 고약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고 타고난 밝은 세계관을 유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
할머니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 의미가있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지.
- P369

대학에 가니 경제적 불평등의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 그제야조금씩 알 수 있었어. 거칠게 말하자면 그 간극의 한쪽에는 나의 출신지, 즉 육체노동자, 수십 년 전부터 이들을 무시하고 배척해온 제도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른 쪽에는 이 제도를운용하는 사람들, 곧 대학에 다닐 돈이 있고 도시에 살거나 땅값비싼 해안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있고. 물론 실상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 가족이 어느 정도로 가난한지 실감을 못했어. - P376

가난한 사람으로, 여성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가본 적이 없는 지역 출신으로 정형화되어 취급받다 보면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가 그런 고정 관념에 맞서 오히려 강화될 수 있어. 내가 가난한 아이일 때 가끔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새로운 환경에 놓인젊은이는 별 볼 일 없고 쓰레기들만 산다고 생각되는 그곳에 대해 말없는 자부심을 느꼈지.
- P395

어떤 장소든 계급이든 내가 빠져나올 무언가가 있었다면, 여러 면에서 나는 아직 그곳에 속해 있고 아마 언제까지고 그럴 거야.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나 스스로 그곳에 속하기를 선택한 것이기도 해. 마음대로 싸돌아다녔던 어린 시절, 어떤 기대도 지워지지 않았던 자유, 내 능력에 대한 견고한 이해같은 게 나를 길러낸 자양분이니까. - P405

경제적 궁핍은 여러 종류의 가난 가운데 하나일 뿐이잖아.
어떤 배경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빈한함을 느낄 수 있지. 돈으로살 수 없는 무언가가 부족하고 결핍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회에서 수치를 부과하는 궁핍은 경제적 빈곤뿐이야. 사회에서, 문화에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공 정책에서, 사람들의 일상적 대화에서 가난은 수치로 다루어지지.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하게살고 있다면 경제적 실패는 곧 정신이 실패했다는 뜻이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될 거야.
- P406

그래, 너는 내 딸이 아니라 고양된 나 자신이었어. 너는 수호천사가 아니라 사회에서 내 몸과 정신이 가치가 없다고 계속 주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기에서 분리되어 표출된 나 자신의 힘이었어.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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