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우리 집 남자들은 여자의 능력을 무시하지 않았어. 어릴 때부터 살아온 여자들을 보았기 때문이지. 내가 아는 여자들은 누구한테 허락을 받는 법이 없었지. 당연히 애초에 쓸 돈이 넉넉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고, 노동 계급 여성은 노동 계급 남성보다도 더 적은 임금을 받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재정 문제나 의사 결정에 있어서 여자와 남자가 하는 몫이 다르지 않았어. - P308

계급에 따라 문해력이나 접근성 등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페미니즘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도 달라져. 캔자스주 의회에 가서 로비를 벌이는 것보다 광산 입구에 장총을 들고 서 있는 편을 택할 여자들이었으니. 이곳 여성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다른 지역의 중산층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왔어. 그러니 우리 집에는 여자는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비슷한 것도 없었지. 고조할머니 아이린이 보잉 공장에서 일할 때에도, 그이전부터도 늘 그랬다. 우리 집안 여자들에게 일은 가정으로부터의 해방도 자아실현도 아니었어. 그저 삶의 방식, 늘 그랬던것이고 그래야만 했던 것이고 칭송도 주목도 받지 못했던 것이었어. - P311

그 시대에 여성 해방이 찾아왔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 가난한 여성들은 독립을 쟁취할 힘이 없었어. 때로 남자에게 의존해서 사는 게 죽음의 위험을 안길 때가 있었는데도, 가정 폭력은사회경제적 계층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일이지만 남자를 떠날 능력이 없는 여자들이 살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거지. - P318

"내가 싸우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건 아니야."
베티가 가난한 여자였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분윳값을 얻으려고, 식구들 먹일 돈을 벌려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남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 경제적 권력은 곧 사회적 권력이야. 가난한 여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끈질기게 매달려도 둘 다 얻을 수가 없어. - P328

가난한 여자들은 살아가기만 해도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임신하고, 서빙을 하면서 예사로 성희롱을 당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으로 몸은 통증에 시달리지...
그리고 남자들에 의한 폭력이 있어. 가난한 계급 남자가 중간이나 상위 계급 남자보다 더 폭력적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 수단이 없는 여자가 폭력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든 것은 사실이야. - P344

도러시, 베티, 푸드, 폴리, 지니 모두 살면서 겪은 심리적 고통 때문에 심오한 인식에 도달하게 됐지. 세상을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을 획득한 거야. 남자들이 설립해 논리와 지성만이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는 학교에서는 이런 지식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곤 해. 하지만 이 여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지식보다 더 깊고 교회의 가르침보다 더 고차원적인 자신의 직관을 확신했어. 삶에서 오는 고통을 그토록 오래 감내하면서도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힘‘이라고 불리는 걸 얻게 되기 때문이지. - P356

오거스트, 그건 진짜였어. 계급의 축복이지. 그들이 접근할수 없는 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눈살을 찌푸릴 테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힘, 자기 스스로 만든 세상을 보는 눈이 있었어.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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