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1 - 인생을 결정 짓는 시간
신세용 지음 / 유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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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실수많고 어설픈 스물아홉의 관찰자가 일탈을 꿈꾸던 자신의 열세 살부터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던 스물한 살까지의 삶을 묶어 펴낸 자서전이다. 이 책은 그의 스물아홉 감수성을 그대로 담은 글이기에 흑백의 단순한 편집만큼이나 책의 활자와 내용은 투박하고 거칠며 동시에 순수하다. 이 책이 1999년, 17세의 그가 쓴 밀리언셀러 유학수기 〈나는 한국인이야〉의 개정판임을 따져보면 저자의 지금 나이가 스물아홉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현재 40대를 향해 맹렬히 도약하고 있는 75년생 토끼띠의 나이다. 이 책의 출판은 그가 창설한 국제구호기구 유이(Ue;Unite Earth, 국제아동돕기연합)에서 직접 맡았다.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부딪히고 도전하는 기업가이며 사회사업가다.

 

  그의 아버지는 매일같이 ‘5분강의’를 통해 삶의 가치와 철학을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먼저 태어나 옥스퍼드에 유학을 했던 형은 그의 롤모델이 되었다. 어머니는 친구같다. 이런 그의 가족이야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그의 도전을 함께 빛내고 있다. 부족함 없고 글로벌한 가정문화가 그의 삶을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다. 13살이 되던 해에 그는 안에서부터 솟구치는 억제하지 못할 자의식을 주체할 수 없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꿈을 품는다. 도미! 뒤이은 가족의 전폭적 지원.

 

  홀로 유학생활을 이겨내고 홀로 싸워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참 독특한 청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장애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진짜 장애란 부족하고 모자란 현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계를 지어버리는 마음가짐에서 온다.” 그래서 그의 13-21은 장애로부터의 탈출, 스스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가로막는 모든 벽으로부터의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다.

 

  떼쓰듯이 시작된 미국 어느 산골에 은둔한 사관학교에서의 외로움과 수난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형과 나눈 전화통화 한마디가 인상깊다. 피하지 마라. 형의 한마디에 그는 ‘내 마음 속 봉인이 풀린 듯이’ 태도를 바꿔 맞선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징한다. 그러면서 성장한다.

 

  태양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천 년보다 내가 만들 단 1초를 위해 태양을 향해 날 것’이라는 그의 다짐, 그 근원의 힘을 바탕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고 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그의 철학이 대미를 장식한다. 이것은 그의 부친에게서 비롯된다. 그 가르침은 명료하다. ‘모든 생명체의 근본인 태양이야말로 너의 진짜 아버지다. 모든 생명이 탄생한 지구가 너의 어머니다. 태양과 지구의 자식으로 태어난 너는 그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널리 이롭게 하는 큰 사람이 되라.‘

 

  저자의 도전은 ‘삶의 의미에 의문을 품는 발상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바탕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13-21 유학기는 단 1초의 자유를 향한 날갯짓으로 태양을 향했다. 이카루스가 될지언정 물러서지 않을 그의 도전으로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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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성공학 - 사마천에게 배우는 인생 경영 비법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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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철(史文哲)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사마천의 사기를 세계최초로 완역한 김원중 교수의 책, 사기성공학으로 만났다. 사기는 중국 고대 왕조부터 한나라 초기인 기원전 100년을 전후해 쓰인 역사서로서 인물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기술된 기전체의 대표적인 역사서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문장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제후, 재상,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관조하며 철학적 주장을 펴고 있어 단연 고금의 명저로 손꼽힌다.

 

  사기성공학이 주목한 것은 역사서 사기가 갖는 학문적 의미가 아니라 사기 속 인물들의 생애와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철학의 재발견이다. 불굴, 소통, 용인, 전략, 처세의 다섯 장으로 나뉜 책에는 46명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실크로드의 효시가 되는 장건, 저자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전통과 보존의 상징이라면 실크로드는 개방과 개혁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실크로드의 개척자가 된 장건의 일대기를 소개한다. 여정에 포로가 되어 흉노 땅에서 가족을 이루기까지 하였으나 끝내 왕의 명을 지켜 서역 여행길의 정보를 안고 돌아온 장건에게서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책임의식이 세계를 변혁시키며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교훈을 얻는다.

 

  기자의 이야기에선 청렴함의 정도를 배운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끝내 종 부리고 싶다는 인간의 본원적 탐욕과 욕망을 훈계한다. “그 사람이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 반드시 옥으로 된 잔을 쓸 것이고, 옥잔을 쓰면 반드시 먼 곳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들을 탐낼 것이다. 수레와 말, 궁실의 사치스러움이 이것으로부터 점점 시작될 것이니 (나라는)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고조 유방에 얽힌 인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천하를 얻는 자는 먼저 인재를 얻는다. 그러나 정작 유방은 내세울 게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사마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여준다. “오죽하면 사마천도 기이한 이야기로밖에 그의 남다른 풍모를 보일 수 없었을까.” 그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이유는 리더의 인물됨이 어떠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힘도 아니고 뛰어난 지략도 아니었다. 저자가 찾은 유방의 세 가지 장점은, 첫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점. 둘째, 능력 있고 어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쓴다는 점. 셋째, 마음을 비우고 간언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라 한다.

 

  빈객이 수천명에 이르렀던 인재사냥꾼 맹상군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리더가 어떤 인재관을 가져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우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가 그 출발이다. 맹상군은 다른 빈객들이 같은 상에 앉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두 인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다. 개흉내를 내며 도둑질에 정통했던,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던, 그들이었다. 인재는 리더가 만든다는 것을 맹상군이 보여주고 있다.

 

  ‘교만이 불치병이다’편에서 명의 편작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마천은 ‘고칠 수 없는 병’ 여섯 가지를 적고 있는데 그중 ‘교만하고 방자하여 병의 원리를 논하지 않는 것‘,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이 아까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중국의 하, 은, 주 고대국가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 어떤 별들이 뜨고 졌는지 역사와 인물의 행적을 좇아 교훈을 찾아내고 있는 김원중의 사기 성공학은 회사에서 거리에서 잘 보면 보일 것 같은 인간관계의 전형들을 소개하고 있는 사문철의 작은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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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을 간다는 것 - 그 어떤 모욕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장병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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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해라. 그러고 나서 네가 그곳에 왜 왔는지를 생각해라.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설령 한순간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잃는다 해도 다시 자신의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앞날이 보이고, 희망이 생겨날 것이다.” 창랑 장택상의 셋 째 딸 장병혜 박사에게 아버지가 깊이 새겨준 가르침이다.

 

  장택상은 독립운동가, 국무총리를 지낸 자유당정부 제2인자였으며 그의 딸이며 저자인 장병혜박사는 열 자녀 중 가장 아버지를 많이 닮은 미국유학 1호의 교육전문가이며 역사가이다. 이 책은 장병혜박사가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철학서이며 동시에 역사속의 아버지에 대한 소명서이자 개인에서 한 시대로 이어지는 실록이다.

 

  사람은 자력으로 살아야 한다. 자력은 기본이다. 자력 위에 다른 무엇이 더해졌을 때 더 큰 힘이 된다. 자력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인 동시에 세상의 변화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자유를 촉매로 하여 자력을 갖추고 자력이 자기규정으로 확립될 때 그 가치관은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 가치있는 가치관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안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

 

  그러기에 최초의 촉매인 자유가 중요하다. 자유라는 것이 묘한 속성이 있어 빼앗기면 괴로워 못 견딜 듯하다가도 박탈된 후에 어느 정도 시간지나 익숙해지면 괴로워하기보다는 편안해 하기 마련이다. 아무런 책임도 따르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할 수도 있는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그런 숙명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소명을 가린다. 저자는 사라진 우리전통과 선비정신을 통해 그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회복하자고 역설한다.

 

  애국이란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유학시절 보여준 멋진 연설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유학시기에 우리 나라의 전쟁에 대한 이런 연설을 남긴다. “지금 내 나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코리안 워(Korean War)’가 아니라 '워 인 코리아(War in Korea)‘입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국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사람들의 국가관을 설명하면서 9・11테러 때 보여준 이름모를 한 미국인의 친절과 도움을 겪으며 그들이 의외로 뚜렷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 즉 로열티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것이 그들의 역사속에서 자국의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역사관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회의 땅, 엘도라도를 찾아 떠나온 이들, 그들은 모두 ‘풍요로운 삶’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그 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목적과 국민의 목적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나라이다.’

 

  민주주의 는 성글게 짠 스웨터다. 공간이 있어야 여유가 생기고 대체가 가능한데 이 스웨터의 비유는 ‘나 아니면 안돼’라고 외쳤던 우리나라의 독재권력들에게 충고하는 바가 크다. 사명감은 스스로 자신의 척추에 불어넣은 혼과 정신이라는 표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며 ‘인생이라는 변화무쌍하고 험난한 바다를 건너는 항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자력의 바탕 위에 통찰력, 판단력, 그리고 실천력이라는 세 가지 추진력을 심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저자의 살아온 개인사와 역경에 굴하지 않은 삶의 투지, 그리고 분명한 가치관을 접하며 그가 주장하는 Back to the Korean Spirit이 결코 진부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궁금해진다. 무엇보다도 격이 높았던 선비정신과 그 문화를 다시금 기억하고, 그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게 기본임을 이 책이 알게 해 주었다.

 

  “참으로 명언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 합니다”라고 웅얼대던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소설속 주인공 순수청년 깡디드의 가르침을 새로 새겨야 할 때이다. 이제는, 진정, 밭을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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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 -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김상조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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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를 종으로 횡으로 해부한 책이다. 종으로는 경제이데올로기부터 기업구조조정까지를, 횡으로는 재벌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의 상생, 금융, 노동을 분석한다. 한신대 교수이며 시민사회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커다란 두 개념을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고,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경제를 종단하는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치밀하고 세세한 자료는 종이신문이나 보수언론에 의해 각색되지 않은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의 올바른 해석을 목표로 저자가 1년여의 세월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우리 경제의 많은 문제들을 풀기위해서는 다시 기본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간 타협을 파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고전적 자유주의로 복귀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물리적 제재를 통해서든 경제적 보상을 통해서든, 규칙을 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복지논쟁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은 크게 공감이 간다. 선진국의 두 분류로서 직접적인 민간소비에 많은 비중을 의존하고 있는 영미형과 민간비중은 낮지만 정부가 공급하는 사회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북유럽국가형을 소개하고 있다. 민간소비 비중도 낮고 이를 보완하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급기능도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 그러므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소비인지 사회서비스인지에 대한 첨예한 선택의 문제가 복지논쟁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성장의 엔진인지 아니면 탐욕의 화신인지 묻고 있는 '횡단 - 재벌개혁'편에서는 각종 통계자료를 제시하여 현상을 파악하고 있으며 어느 정권도 재벌기업, 특히 삼성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는 현실의 두려움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총설비투자에서의 30대 재벌 비중 2분의 1(45%), 범4대 재벌의 비중 3분의 1(34%), 삼성그룹 단독으로도 7분의 1(15%). 대한민국의 재벌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권력임이 분명하다. 대안으로 미국의 경쟁법과 EU의 적용례를 선보이며 ‘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폭넓은 규제를 제시한다. 판단의 문제이나 좁은 의미로 적용하고 있는 미국보다는  EU가 약탈적 행위, 차별 행위,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규제하고 있다는 설명은 그것이 곧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한국 노동시장을 분절시키는 핵심 요소가 과거에는 성(남과 여)과 학력(대졸과 고졸이하)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규모(대기업과 중소기업)와 고용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가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전히 남과 북의 이념대립이 표심을 좌우하고, 서울과 지방이 다르며 강남과 강북이 갈라서는 이분법적 계산방식을 더 이상은 즐기지도 방관하지도 말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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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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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엽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에 광릉수목원의 이유미 나무박사가 글을 썼다. 이 봄에 나온 책 한권으로 우리나라 사계절의 나무는 물론 피고지는 그 꽃과 잎을 모조리 만난다. 저자는 ‘바람만이 알아주는 이 나무들의 특별한 꽃구경’을 권하며 나무가 하나하나 건네주는 생명의 모습에서 평생의 위로와 기쁨을 같이 나누자고 유혹한다. 나무가 주는 생명의 철학, 그 첫걸음은 ‘바로 나무 곁에 멈추어 서서 바라보기’임을 강조한다.

 

  전작이 우리나라의 야생화여행이었으니 이 책은 야생화와 나무가 만나 숲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갈피마다 쏟아지는 예쁘고 선명한 사진들은 눈을 뗄 수 없는 신비로움을 안겨주고 나무를 설명하는 문장에선 구구절절 자연과 생명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철학, 그 큰 경외감이 전해진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모르게 ‘나무 아래 멈춰 서서 바라보기’를 하게 되었으니 이 책은 자체발광하는 최고의 나무설명서다.

 

  책에는 사계절 우리나무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담겨있다. 월별로 구분해 놓은 책의 구성도 보기좋고 계절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좇다보면 어느 새 우리 산하에 대한 목메이는 애정에 가슴 뜀을 느낀다. 가로수로 곁에선 은행나무에서, 노랫말에 묻혀나오는 앵도나무에서, 지천으로 피는 진달래와 철쭉에서 독자는 그 흥에 취해 길을 잃는다.

 

  저자는 묻는다. “혹시 봄에 꽃이 피는 나무 중에서 진달래와 철쭉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으신가요? 이 나무(생강나무)의 별명은 동백나무 혹은 올동백, 산동백 등인데 왜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무궁화 꽃은 오래 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궁화 꽃 한 송이는 얼마나 오래 갈까요?”

 

  설명은 또 얼마나 친절한가? “매실나무는 열매를 중심으로 부르면 ‘매실나무’가 되지만 꽃을 중심으로 부르면 ‘매화나무’가 됩니다. 이른 봄에 향기롭고 작은 꽃들이 줄기에 붙어 자라는 것이 ‘매화꽃’이고요, ‘복숭아나무’도 꽃을 중심으로 보면 ‘복사꽃’이 되고요, 이름이 앵도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앵도나무인데 열매는 앵두이니 혼동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모과를 두고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우선 모과가 너무 못생긴 과일이어서 놀라고, 또 못생긴 과일의 향기가 정말 좋아서 놀라고, 마지막으로 그 과일의 맛이 없어서 놀란다고 하지요...” 이 책의 맛은 바로 이 자상한 향기로움이다.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주면 ‘충매화’, 바람이 그 일을 하면 ‘풍매화’, 새가 하면 ‘조매화’라고 하는데, 충매화를 설명하는데 사람 가슴이 뜨끔해진다. ‘나무나 풀이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워 내는 건 사람들이 아니라 곤충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지요.’

 

  찔레꽃은 장미과의 야생꽃나무인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벌과 나비도 찔레꽃을 더 많이 찾아온다하니 ‘본질을 꿰뚫는 안목은 자연의 일부인 곤충들이 앞서나 보다’하며 신기해한다.

 

  나무와 숲의 생태계를 보면서 저자는 나무와 단풍, 나뭇가지의 새순이 연출해내는 모습에서 인간사에도 정상에는 항상 내리막이 있고, 깊은 골에는 반드시 다시 움트는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가 한 겨울 나뭇가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이유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잎을 떨궈내고 잎자루에 떨켜를 만들 때 비로소 계수나무에는 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무성하던 한 해의 왕성함을 포기하는 그 순간에 향이 퍼져 나오는 모습’에서 저자의 가슴뭉클함은 고스란히 독자의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이 장한 모습을 보고 어찌 마음이 짠하고 뭉클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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