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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을 간다는 것 - 그 어떤 모욕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장병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해라. 그러고 나서 네가 그곳에 왜 왔는지를 생각해라.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설령 한순간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잃는다 해도 다시 자신의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앞날이 보이고, 희망이 생겨날 것이다.” 창랑 장택상의 셋 째 딸 장병혜 박사에게 아버지가 깊이 새겨준 가르침이다.
장택상은 독립운동가, 국무총리를 지낸 자유당정부 제2인자였으며 그의 딸이며 저자인 장병혜박사는 열 자녀 중 가장 아버지를 많이 닮은 미국유학 1호의 교육전문가이며 역사가이다. 이 책은 장병혜박사가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철학서이며 동시에 역사속의 아버지에 대한 소명서이자 개인에서 한 시대로 이어지는 실록이다.
사람은 자력으로 살아야 한다. 자력은 기본이다. 자력 위에 다른 무엇이 더해졌을 때 더 큰 힘이 된다. 자력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인 동시에 세상의 변화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자유를 촉매로 하여 자력을 갖추고 자력이 자기규정으로 확립될 때 그 가치관은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 가치있는 가치관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안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
그러기에 최초의 촉매인 자유가 중요하다. 자유라는 것이 묘한 속성이 있어 빼앗기면 괴로워 못 견딜 듯하다가도 박탈된 후에 어느 정도 시간지나 익숙해지면 괴로워하기보다는 편안해 하기 마련이다. 아무런 책임도 따르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할 수도 있는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그런 숙명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소명을 가린다. 저자는 사라진 우리전통과 선비정신을 통해 그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회복하자고 역설한다.
애국이란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유학시절 보여준 멋진 연설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유학시기에 우리 나라의 전쟁에 대한 이런 연설을 남긴다. “지금 내 나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코리안 워(Korean War)’가 아니라 '워 인 코리아(War in Korea)‘입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국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사람들의 국가관을 설명하면서 9・11테러 때 보여준 이름모를 한 미국인의 친절과 도움을 겪으며 그들이 의외로 뚜렷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 즉 로열티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것이 그들의 역사속에서 자국의 국민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역사관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회의 땅, 엘도라도를 찾아 떠나온 이들, 그들은 모두 ‘풍요로운 삶’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그 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목적과 국민의 목적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나라이다.’
민주주의 는 성글게 짠 스웨터다. 공간이 있어야 여유가 생기고 대체가 가능한데 이 스웨터의 비유는 ‘나 아니면 안돼’라고 외쳤던 우리나라의 독재권력들에게 충고하는 바가 크다. 사명감은 스스로 자신의 척추에 불어넣은 혼과 정신이라는 표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며 ‘인생이라는 변화무쌍하고 험난한 바다를 건너는 항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자력의 바탕 위에 통찰력, 판단력, 그리고 실천력이라는 세 가지 추진력을 심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저자의 살아온 개인사와 역경에 굴하지 않은 삶의 투지, 그리고 분명한 가치관을 접하며 그가 주장하는 Back to the Korean Spirit이 결코 진부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궁금해진다. 무엇보다도 격이 높았던 선비정신과 그 문화를 다시금 기억하고, 그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게 기본임을 이 책이 알게 해 주었다.
“참으로 명언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 합니다”라고 웅얼대던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소설속 주인공 순수청년 깡디드의 가르침을 새로 새겨야 할 때이다. 이제는, 진정, 밭을 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