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성공학 - 사마천에게 배우는 인생 경영 비법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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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철(史文哲)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사마천의 사기를 세계최초로 완역한 김원중 교수의 책, 사기성공학으로 만났다. 사기는 중국 고대 왕조부터 한나라 초기인 기원전 100년을 전후해 쓰인 역사서로서 인물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기술된 기전체의 대표적인 역사서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문장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제후, 재상,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관조하며 철학적 주장을 펴고 있어 단연 고금의 명저로 손꼽힌다.

 

  사기성공학이 주목한 것은 역사서 사기가 갖는 학문적 의미가 아니라 사기 속 인물들의 생애와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철학의 재발견이다. 불굴, 소통, 용인, 전략, 처세의 다섯 장으로 나뉜 책에는 46명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실크로드의 효시가 되는 장건, 저자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이 전통과 보존의 상징이라면 실크로드는 개방과 개혁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실크로드의 개척자가 된 장건의 일대기를 소개한다. 여정에 포로가 되어 흉노 땅에서 가족을 이루기까지 하였으나 끝내 왕의 명을 지켜 서역 여행길의 정보를 안고 돌아온 장건에게서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책임의식이 세계를 변혁시키며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교훈을 얻는다.

 

  기자의 이야기에선 청렴함의 정도를 배운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끝내 종 부리고 싶다는 인간의 본원적 탐욕과 욕망을 훈계한다. “그 사람이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 반드시 옥으로 된 잔을 쓸 것이고, 옥잔을 쓰면 반드시 먼 곳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들을 탐낼 것이다. 수레와 말, 궁실의 사치스러움이 이것으로부터 점점 시작될 것이니 (나라는)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고조 유방에 얽힌 인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천하를 얻는 자는 먼저 인재를 얻는다. 그러나 정작 유방은 내세울 게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사마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여준다. “오죽하면 사마천도 기이한 이야기로밖에 그의 남다른 풍모를 보일 수 없었을까.” 그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이유는 리더의 인물됨이 어떠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힘도 아니고 뛰어난 지략도 아니었다. 저자가 찾은 유방의 세 가지 장점은, 첫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점. 둘째, 능력 있고 어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쓴다는 점. 셋째, 마음을 비우고 간언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라 한다.

 

  빈객이 수천명에 이르렀던 인재사냥꾼 맹상군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리더가 어떤 인재관을 가져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우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가 그 출발이다. 맹상군은 다른 빈객들이 같은 상에 앉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두 인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다. 개흉내를 내며 도둑질에 정통했던,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던, 그들이었다. 인재는 리더가 만든다는 것을 맹상군이 보여주고 있다.

 

  ‘교만이 불치병이다’편에서 명의 편작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마천은 ‘고칠 수 없는 병’ 여섯 가지를 적고 있는데 그중 ‘교만하고 방자하여 병의 원리를 논하지 않는 것‘,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이 아까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중국의 하, 은, 주 고대국가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 어떤 별들이 뜨고 졌는지 역사와 인물의 행적을 좇아 교훈을 찾아내고 있는 김원중의 사기 성공학은 회사에서 거리에서 잘 보면 보일 것 같은 인간관계의 전형들을 소개하고 있는 사문철의 작은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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