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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 -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김상조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3월
평점 :
한국경제를 종으로 횡으로 해부한 책이다. 종으로는 경제이데올로기부터 기업구조조정까지를, 횡으로는 재벌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의 상생, 금융, 노동을 분석한다. 한신대 교수이며 시민사회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커다란 두 개념을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고,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경제를 종단하는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치밀하고 세세한 자료는 종이신문이나 보수언론에 의해 각색되지 않은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의 올바른 해석을 목표로 저자가 1년여의 세월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우리 경제의 많은 문제들을 풀기위해서는 다시 기본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간 타협을 파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고전적 자유주의로 복귀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물리적 제재를 통해서든 경제적 보상을 통해서든, 규칙을 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복지논쟁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은 크게 공감이 간다. 선진국의 두 분류로서 직접적인 민간소비에 많은 비중을 의존하고 있는 영미형과 민간비중은 낮지만 정부가 공급하는 사회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북유럽국가형을 소개하고 있다. 민간소비 비중도 낮고 이를 보완하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급기능도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 그러므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소비인지 사회서비스인지에 대한 첨예한 선택의 문제가 복지논쟁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성장의 엔진인지 아니면 탐욕의 화신인지 묻고 있는 '횡단 - 재벌개혁'편에서는 각종 통계자료를 제시하여 현상을 파악하고 있으며 어느 정권도 재벌기업, 특히 삼성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는 현실의 두려움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총설비투자에서의 30대 재벌 비중 2분의 1(45%), 범4대 재벌의 비중 3분의 1(34%), 삼성그룹 단독으로도 7분의 1(15%). 대한민국의 재벌은 무시할 수 없는 경제권력임이 분명하다. 대안으로 미국의 경쟁법과 EU의 적용례를 선보이며 ‘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폭넓은 규제를 제시한다. 판단의 문제이나 좁은 의미로 적용하고 있는 미국보다는 EU가 약탈적 행위, 차별 행위,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규제하고 있다는 설명은 그것이 곧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한국 노동시장을 분절시키는 핵심 요소가 과거에는 성(남과 여)과 학력(대졸과 고졸이하)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규모(대기업과 중소기업)와 고용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가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전히 남과 북의 이념대립이 표심을 좌우하고, 서울과 지방이 다르며 강남과 강북이 갈라서는 이분법적 계산방식을 더 이상은 즐기지도 방관하지도 말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