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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그림책 -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호소문 ㅣ 에듀세이 2
이희경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나를 돌아보며...
이 책을 읽으며 어린시절과 지금의 내 모습, 사춘기를 보내는 큰 아이와 그 친구, 만나는 아이들까지 많은 생각과 모습들로 복잡했다.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앓았던 가슴속 깊이 묻혀있는 헤묵은 기억들이 떠올라 전율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초등학생학교때까지 우리를 엄하게 때리시며 키우셨던 어머니, 멀리 배를 타고 나가서 1년에 한번 아버지를 볼 수 있던 시기였다.
두 오빠와 나는 각각 2살 터울로 많이 싸우기도 하고 또 재밌기도 했지만 오빠들끼리는 남자세계라며 끼워주지 않았다.
학교에 입학하자 엄마가 일나가고 없는 빈 집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대문에 기대 신발도 벗지않고 가방을 맨 채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잊고 있었는데 책 속의 상처받은 아이들의 외로움을 접하며 떠올랐다.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든 것은 우리집이 이사를 많이 다닌 탓도 있었다.
배를 타지 않으시면서 아버지의 들쑥날쑥한 수입과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에 가난을 겨우 면할 수 있었지만 빈 집을 지키며 무섭고 외로워 많이 울어야했다. 남녀 차별이 심한 어머니는 외로웠던 나를 위로하거나 보살피진 않으셨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진 않았다. 그러나 오빠들에겐 공부하라며 야단를 치는 일이나 매를 드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마음속의 상처가 나타난 그림들
저자인 이선생님이 계시는 실업고는 학생들 스스로가 '쓰레기'라고 부르며 세상낙오자인 것처럼 힘겨워하는 고교생들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잘 한다, 잘 해.', '니깟놈이 해봤자 그짓이지.'라는 모욕과 불신이 가득한 말들이 충격이다.
거기에 형제와 친구와 비교하는 비수의 말에 엄청난 상처를 받으며 지독한 매타작으로 불만이 쌓일 데로 쌓인 사례가 나온다.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입을 떼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 가족화'와 '나무 그림, '동그라미 가족화', '가족에 대한 상징적 표현'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나 산소호흡기를 달거나 썩은 물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뿌리도 없고 겨울 나무처럼 아파하는 나무들이라 가슴 아팠다.
부모들이 받았던 상처과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사랑하는 분신과도 같은 자식들에게 그럴 수 밖엔 없었을까.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어느 부모가 사랑과 칭찬이 좋다는 말을 모를리 없고 다만 잘키우고자 하는 바램이었을 것이다.
비록 매를 들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자제했던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경각심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이의 마음속 그림
곧 중학생이 될 큰아이와 초등2학년인 두 남아를 키우는 나는 '동화읽는 어른모임'을 작은 아이 태어나는 해에 가입했다.
그 전부터 워낙 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육아관련서도 적지않게 읽었고 동화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해왔던 것 같다.
독서관련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서 '자녀교육'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으리라여겼다.
그렇지만 그 알량한 생각은 큰 아이가 초등 4학년이 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학교 공부가 힘들어지면고 준비물도 못 챙겨가니 자연히 학교 생활 태도가 불량하다는 담임샘 말씀을 듣게 된 것이다.
새롭게 대학공부를 시작하고 내 공부에 바쁘다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워낙 잔업과 야근이 많은 직종에 술과 친구, 축구를 좋아하는 스포츠광이라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을 바꿀 수 없는 것을 알면서 더욱 부부싸움이 많아졌다.
좀더 아이들 생각하자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동안의 가라앉았던 감정까지 들춰져 격해지고 다투기가 일쑤였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더라도 남편에게는 스스로의 의지와 자유를 억압하는 모양새였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초등 6학년 초부터 큰얘의 온갖 말썽에 직면해야 했다.
선생님의 호출을 연달아 받아야했고 아이와 함께 이름있는 상담소도 찾아가고 남편을 설득해 부부상담도 받아보았다.
사춘기 관련한 많은 책도 읽고 남편과의 풀리지 않는 갈등을 풀기 위해 선배님들의 조언도 많이 구했다.
내 아이에게 닥친 엄청난 변화와 혼돈 앞에 모든 방법을 강구하며 내 일을 접기 시작했다.
오로지 순하고 착하고 문제 일으키지 않았던 아이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담소장님의 말씀을 듣고야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저 관심과 사랑으로 자꾸 안아주고 스킨십하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나부터 시작하는 부모되기
나는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3년전부터 '자기발견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인식하고 수용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100일, 365일 빠지지 않고 그날 그날 내 감정과 생각, 사건 등을 기록하며 차분하게 나를 만나며 조금씩 느꼈다.
작년에는 학생상담 자원봉사자교육을 받고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1년동안 집단상담을 했는데 올 해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거기다 우리 부부는 상담소를 다녀온 이후 많이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서로의 배려하며 생활하는 등 안정을 찾고 있다.
하반기가 되면서도 여전히 반항적이고 친구의 말이라면 무조건 함께하는 우리 아이지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한다. 그리고 예전엔 거부감있는 듯 보였던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의 영향이 크겠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을 전제로 안정된 가정과 부모의 올바른 모범속에 아이를 믿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자격으로 어떤 생각으로 부모라고 해도 무자비한 공격적인 폭언과 폭력을 가할 수는 더더욱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한 번, 사춘기 되기 전 한 번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인 이희경선생님의 말씀처럼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진정한 부모교육'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인생의 가치와 성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어떻게 하면 진정한 부모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