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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권예슬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0월
평점 :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많아졌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지? 등등 정말 간단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나의 마음에 집중하기보다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 나를 내맡기듯 던져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항상 어떤 책을 읽고 나면 책에서 얻은 교훈을 나의 일상에 적용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나의 일상에 책에서 얻은 교훈들을 적용해 봤다. 가장 큰 깨달음이었던 '나를 사랑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실천 중이다. 최근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나 존경하는 사람, 가족 등등 타인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했지 나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래도 20대 후반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느라 이런저런 다양한 활동도 하고, 1년 365일을 굉장히 바쁘게 보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를 방치해두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자마자 최근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게 관심을 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연습을 하다 보니 하루를 더욱 알차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의 취향에 대해서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현재의 나는 공기 맑은 곳에서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어디든 걷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른 아침 엄마와 함께 나섰던 산책길의 맑은 공기를 떠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쾌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들이 있는 시골에 내려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카페를 가는 등 외출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외출을 하지 못할수록 우울감이 차오르고, 마음속에 답답함이 쌓이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쉬는 날이어도 꼭 잠깐의 산책이라도 하는 등 바깥을 나가야만 한다.
재미있는 일이나 기쁜 일, 화나는 일 혹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나 또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나를 통해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어떤 순간의 나는 굉장히 무관심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모든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르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경계를 하는 듯하다. 날이 선 상태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관심 자체가 생기지 않아 친해지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런 상황의 나는 무관심하고 말이 없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어울렸을 때 내가 더욱 피곤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에서는 차라리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쌀국수, 떡볶이, 순댓국, 찜닭, 찐빵, 고등어구이, 고구마, 초밥, 카페라테 등이 있다. 음식은 사실 가리는 것이 거의 없어서 뭘 먹어도 맛만 있으면 행복하게 잘 먹지만, 내가 혼자서도 잘 사 먹는 음식들을 떠올리니 위의 메뉴들이 떠올랐다. 특히 커피는 하루에 한 번을 마시지 못하면 어쩐지 조금은 우울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건강을 챙기느라 커피를 멀리하려고 노력 중인 상황이어서 며칠 동안 안 마셔도 괜찮아졌지만, 한때는 매일같이 아이스 라테 그란데 사이즈를 달고 살았었다. 커피는 산미보다는 고소한 맛이 나는 원두를 선호한다. 내 기준 가장 맛있었던 커피는 강남역에 위치한 reperk도 괜찮았고, 판교역에 있는 Kustom도 내 취향이었다.
나의 취미는 책 읽기, 드라마나 영화 혹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책은 분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소설과 에세이, 인문학 분야를 특히 선호한다. 원래부터 늘 챙겨 보던 예능 프로그램은 놀면 뭐 하니 와 나 혼자 산다였고,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은 스우파, 걸스 플래닛 999다.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를 재미있게 보았고, 요새 보는 건 유미의 세포들이다. 한 1년 전만 해도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등의 시사 교양 예능을 참 좋아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최대한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드라마 역시 가볍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유쾌한 스토리 위주의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D.P였고, 그 바로 전에는 오징어 게임도 보았다. 대체적으로 요즘 이슈가 되는 것들 중에서도 내가 관심이 생기는 분야에 대해서는, 궁금해서라도 찾아서 보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관심 가지 않는 분야는 누군가 먹이를 물어서 앞에 가져다주어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한다. 내 기준으로는 주식이 그랬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했고, 친구에게 정보를 물어보아서 친구가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자세하게 알려줬지만 아직도 한 번도 공부해 보지 않아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내가 하면서 가장 뿌듯함과 상쾌함을 느끼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운동이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상쾌해지는 그 기분을 매우 좋아하기도 하고,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다. 예전에 필라테스를 할 때도 대체적으로 질려 하지 않고 재미있게 배웠고, 헬스장을 다닐 때도 꾸준히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켰었다. 한때 집에서 영상을 보면서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던 순간도 있었고, 등산하는 것도 좋아한다. 운동기구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서 이것저것 자꾸 사는 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산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우선 벌레를 소스라치게 싫어한다. 자취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벌레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내가 혼자 살았던 집에서는 대체적으로 벌레가 나오지 않아서 아직도 익숙지 않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예전에 한 번 돈벌레를 마주했을 때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불고 집에서 도망 나와 들어가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소름이 끼친다.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라서, 완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하는 활동들을 대체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들기를 해도 10분 안에 끝나는 활동들은 재미있게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걸리는 활동들은 하면서 지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향수 만드는 공방에 간 적이 있었는데 향수는 빠르면 5분 안에도 만들 수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언니를 통해서 방석 만들기, 양말 인형 만들기 등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완성하는 데 오래 걸려서 하다가 지쳐 몇 날 며칠을 미루다가 겨우 완성한 기억이 있다.
물건을 살 때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쇼핑을 하러 가도 딱 살 것만 사고 나오거나, 한 바퀴 가볍게 돌아보는 정도로 끝내는 편이다. 언니와 엄마는 무언가 살 때 몇 바퀴 돌아보고 꼼꼼한 기준으로 고르시는 편이라, 같이 쇼핑을 가면 나는 항상 먼저 지쳐서 어딘가 소파에 앉아있고는 했다.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고 사는 편이라 옷을 사고 금방 질려서 입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고민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 번에 바로 살까 했던 것도 하루 이틀 더 고민해 보고 사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그래도 쓸데없는 물건을 덜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보다는 맥시멀 리스트인데, 최근 들어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어 이 부분은 앞으로도 조금씩 노력해 볼 예정이다.
작가님처럼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내 취향들을 정리하다 보니 나도 모르던 나를 새로 발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참 재미있는 활동이었구나! 종종 나를 돌아보고 관심을 가져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도 있지만, 못난 모습, 아쉬운 모습도 많다. 그래도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내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단 3가지만 하여도 나는 오늘 하루를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생각하는 쪽으로 삶은 스며든다.'라는 작가님의 최애 문장이 나에게도 크게 와닿았다. 작가님 말씀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키는 내가 쥐고 있을 테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덮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이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굉장히 빠르게 잘 읽혔고, 읽은 후에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고민이 가득한 무거운 하루를 살고 있다면? 나 자신이 굉장히 초라하고 별것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가는 체험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나 자신에 대해 쓸 말이 많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그 과정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또 한걸음 행복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오늘의 행복 빅3 중 하나는 바로 <취향의 기쁨>을 완독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