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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안전거리 지키는 법
서제학 지음, 봄쏙 그림 / 필름(Feelm) / 2022년 1월
평점 :
영원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있다면 바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회사 다니기”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를 하나도 받지 않고 회사를 잘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 배우고 싶을 정도로 요새 회사 관련한 고민이 많았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고자 출근하는 건데, 우리의 완벽한 하루를 망쳐놓는 요소들이 참 많다. 책 속 사례처럼 함께 일하는 동료 중 꼭 있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이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업무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를 괴롭히는 고민들 때문에 무거웠던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데, 이 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작가님이 스스로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이 뭐 엄청나게 대단한 직장 생활 꿀팁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통쾌한 생각과 유머러스한 화법에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네~별일 아니었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달까? 매일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내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좋은 일들도 놓치게 된다. 낮아진 자존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모든 가능성들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냥 이 책처럼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하고, 나의 삶에 집중해 보자. 물론 너무 힘든 고통사고를 당했을 때에는 마음처럼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자꾸만 차오르는 분노 때문에 어떤 일에도 집중하기 힘들 수 있다. 예전엔 이렇게 힘들 때 친구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나 스스로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시도해 본 것이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나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꾸만 떠오르는 분노의 싹을 아예 가위로 잘라버리는 것이다. 큰 가위를 가져와 부정적 생각이 자라나는 새싹부터 잘라버리니,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예 무념무상으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잠재우는데 이미지 트레이닝만 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 머릿속에 어떤 잡념들이 들어설 공간 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지지난 주까지만 하더라도 집에 오면 가만히 무기력하게 누워 TV를 보기 바빴었는데, 지금은 맛있는 밥을 정성껏 차려 먹고 집을 깨끗하게 가꾸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운동까지 해주니, 다음 날 출근할 때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내는 공간이 깨끗해지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니, 빨리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이 모든 연쇄적인 변화들은 거실에 깔아둔 카펫을 구매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난방 온도를 높이면 너무 따뜻해져 벽 위 쪽에 곰팡이가 생기고, 그렇다고 또 온도를 적당하게 해두면 바닥이 차가운 것 같아 카펫을 샀다. 카펫 하나 산다고 해서 집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큰 변화가 찾아와 놀라는 중이다. 나름 치수를 재보고 구매한 건데, 안방에 깔기에는 폭이 살짝 넓어서 거실에 카펫을 깔아두었다.
원래 나의 주 생활공간은 안방이고, 안방엔 TV와 침대가 있어서 퇴근 후 지친 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주 생활공간이 아닌 거실에 카펫을 깔아두니, 평상시엔 잘 앉아있지 않던 거실에 나와 책도 읽고 운동도 하는 등 색다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거실엔 TV가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르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 빠져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심지어 어제와 엊그제는 아예 TV 조차 켜질 않았다. TV 볼 시간에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고,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다이어리 메모를 작성할 수도 있었다. 독서록을 쓴다고만 하고 쓴 적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독서록에 몇 줄을 끄적이기도 했다.
이번 일을 경험하며 내가 느꼈던 것이 있다. 작가님께서 책 속에서도 말씀하신 것인데, 무언가 일이 내 마음처럼 잘되지 않고 자꾸 우울해진다면 생활환경을 싹 바꿔보자. 다니던 회사의 업무 스타일이나 동료들이 나와 너무 맞지 않는다면? 죽어라 노력해서 끼워 맞추다 지쳐버렸다면? 그럴 땐 그냥 회사를 바꾸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는데, 집에서도 100% 충전이 되지 않는 느낌이라면 집의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창하게 이사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다시 뒤집어엎는다거나 하는 정도가 되지 않아도 충분하다. 나처럼 카펫 한 장을 사는 것이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기치 못한 변화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의 이번 주가 그랬다. 이제 막 2일차라 많은 것을 시도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다른 사람의 취향보다 내 취향을 우선한 하루, 원치 않았던 고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회복하는 중이다. 선을 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넘쳐나고, 그들 모두를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내가 어찌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 즐거워하며 나를 괴롭히는데 열중할 것이다. 안 들리는 척 나 자신까지 속여가며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답이지만, 그 또한 쉽지만은 않다.
모든 게 다 어려울 땐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때그때 나의 생각대로 행동해 버리자. 대신 나의 생활에 무언가 하나라도 변화를 꼭 만들어보자. 퇴근 후의 우리는 고통사고 유발자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시간만큼은 내 행복을 원하는 만큼 추구하며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직장이나 학교 등 속해있는 단체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 고민이라면? 안 보면 그만인 관계가 아닌, 매일 같이 보아야 하는 관계가 잘 맞지 않아 고민이라면?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오랜 친구와 수다를 떨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빠르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경우 나처럼 책 속의 꿀팁들이 잘 통해, 지친 하루에 긍정적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어본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한 후기입니다. -